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이 같은 여파로 국내 산업계가 휘청인 것이 최근 몇 년의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산업계의 불안감은 부동산 침체로 이어져 전국 곳곳에서 건설업체가 줄줄이 부도를 맞는 도미노 현상으로 번졌다.

그야말로 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외부적 충격 탓에 요즘 기업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타들어 가는 장작과 같은 신세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요즘의 경기침체 현실이 달가울 리 없다. 기업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로서는 ‘정면승부’를 통해서라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싶은 바람이 간절할 뿐이다. 이런 고민은 비단 경영 책임자뿐 아니라 기업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 역시 마찬가지.
그러기에 특정 기업 할 것 없이 노사가 ‘혼연일체’로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족 같은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연일 땀방울을 쏟고 있는 김학권(65)인천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일상은 그 누구보다 분주하다.

‘산업 평화의 전도사’로 불릴 만큼 건전한 인사노무 관계 정립에 열의를 바치고 있는 김 회장은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지역 기업들을 위해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들이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첨단 부품소재기업인 재영솔루텍㈜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경영자들이 ‘소통’을 미덕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신념이다. 모두가 바라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문제보다 소통을 통한 ‘노사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김 회장은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혜안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김 회장의 신념은 그가 운영하고 있는 재영솔루텍의 정문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 외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직원의 사진이 바로 그것.
대개 기업이 그렇듯 역대 대표자들과 현 경영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정문 또는 회사 곳곳에 최고경영자 중심의 기념사진을 게재하기 일쑤지만 재영솔루텍은 달랐다. 사진이 걸려 있는 이들은 매년 재영솔루텍이 선정한 ‘기업을 빛낸 직원’들로, 이는 기업을 경영할 때부터 줄곧 ‘노사의 상생’을 역설한 김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실질적으로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보다는 직원의 수고가 더 큰 법”이라며 “늘상 언론과 사회의 조명을 받는 쪽이 경영자이다보니 정작 직원들의 노고가 빛바랜 경우가 많다”고 겸손을 표한다.

그는 이 같은 방편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근로자들이 경영자보다 더 위에 있다는 소신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향후 근로자들을 조명하는 사업에도 관심을 쏟기로 했다. 이른바 ‘명장’으로 불릴 만큼 해당 기업을 위해 헌신해 온 직원을 선정, 해당 직원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인천경총은 이를 위해 ▶과학적인 인적자원 관리 연수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종업원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및 위탁 연수교육 ▶글로벌리더 인적네트워크 구축 등의 인력개발사업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올해 김 회장이 주요 현안으로 꼽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다. 일자리 창출은 곧 기업 생산력 강화로 이어져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기업에 회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중이다.

김 회장은 우선 제조업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한 뒤 그 범위를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방편으로 인천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취업알선 창구 운영, 전직지원센터 운영 확대, 고용보험사업의 활성화, 청년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등의 고용안정사업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최고경영자 정례모임인 ‘21세기 경영포럼’과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의 일등공신인 ‘경총 노사대학 CEO과정’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인천 기업과 인천 토박이는 아니지만 인천에서 10년 이상 기업활동을 유지하는 곳을 위해 ‘어울림의 장’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우리 인천경총은 1982년 창립된 인천 지역 사용자 대표기구로 대정부, 대노조관계에서 기업과 사용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는 주연·조연이 따로 없듯이 노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소통’이야말로 현 시대가 바라는 역사적 소임이라 믿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천에서 시작한 기업이든 타지에서 옮겨온 기업이든 차별은 없어야 합니다. 지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천에서 기업을 영위하며 지역사회를 더 살찌우게 하는 기업이 진정 시대를 이끄는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시행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타임오프제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복수노조제 시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과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인천경총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경제 분야에 대해선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회장으로서 처음으로 부딪히는 첫 ‘대소사(大小事)’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당장 치르게 될 ‘2011년도 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서 앞서 언급한 각종 현안들에 대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문화를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업의 활로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노·사·정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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