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택(74)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아침대화가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의지 덕분
   
 
이다”라고 말했다.

1986년 4월 8일, 첫 테이프를 끊은 새얼아침대화가 25년이 흘러 9일로 300회를 맞았다.

새얼아침대화는 인천시민들의 결속력을 스스로 보여 준 ‘지속적인 것의 결정체’라고 설명했다.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새얼아침대화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뭘까. 지 이사장은 처음 시간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덜 미안한 시간’을 정했다고 털어놨다.

“그간 인천은 각자의 의견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고 이는 대화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이해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고, 따라서 토론보다는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준비하는 아침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정치인을 강사로 초빙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지만 대선 후보들은 예외로 강단에 섰다.

“대통령이 되면 인천을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인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강연이기 때문에 수용했죠. 그러나 다른 정치인은 강단에 설 수 없습니다. 형평성을 위해서도 그렇고, 시민들을 위한 시간에 공치사를 들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새얼아침대화는 각 시대의 이슈나 지역 현안에 대한 길잡이 역할도 수행해 왔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이나 인천대교 주경관 폭을 넓히는 사안을 공론화시키면서 성과를 거둔 것이 좋은 예다.

   
 
지 이사장이 새얼아침대화를 이끌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강사 선택이다. 보수와 진보 등의 이념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그다.

실제 보수 성향의 언론인부터 진보적 문화인사까지 300회 동안 참여한 강사의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이든 편향된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지 이사장의 신념은 새얼아침대화가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순수민간재단으로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새얼운동’을 시작할 때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지 이사장은 “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설명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인천을 위해 무언가를 외치는 단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우려가 많았으나 결국 시민들은 새얼을 따라줬고 점차 발전할 수 있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는 있다. 그러나 더불어 가면 늦을 수는 있으나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지 이사장은 새얼을 통해 시민들이 주체성을 보여 주고 응집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재단은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300회 동안 참여한 강사들의 강의 내용을 추려낸 책을 발간한다. 300회 강연에서 처음 공개될 이 책은 새얼아침대화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뿐만 아니라 애정 어린 지적도 함께 수록된다.

“인천시민의 대화의 광장이자, 진보·보수 등 이념의 광장이 되도록 중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체성과 주체성은 어디서 들여오는 것이 아닌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입니다. 부끄럽고 부족한 것도 모두 어우러져 이뤄지는 정체성을 새얼아침대화와 함께 만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지 이사장은 인천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스스로 꿈을 꾸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도시가 바로 ‘인천’이라 말한다.

“전국 각지의 이들이 모여 터전을 이루고 살고 있는 인천은 타 지역에 비해 배타적이지 않고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성향을 갖습니다. 즉, 누구든 자신이 하기 나름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새얼아침대화는 지금껏 지켜왔던 철칙을 전통으로 새기고, 나아가 정신운동으로 승화시켜 시민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 주는 공간으로 거듭 발전할 것입니다.”
지 이사장이 말하는 ‘정신운동’은 여러 의미로 보여진다.

새얼아침대화 강연 동안 지 이사장은 줄곧 서 있다. 매회 참가자들이 만원을 이루면서 서서 강연을 듣는 이가 많은데, 지 이사장 또한 손님을 맞는 입장으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
인천시립박물관에 있는 우현 고유섭 선생 동상이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그리운 금강산’비 또한 새얼문화재단이 설립했다.

하지만 기념비에는 재단만이 새겨있을 뿐, 지 이사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새얼의 행보들을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새얼아침대화 300회는 ‘죽산 조봉암 선생의 사상’에 대한 강연으로 이뤄진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강사로 나서는 이번 강의는 지난 1월 20일 간첩혐의를 벗은 조봉암 선생의 사상과 의미를 되새겨보는 취지로 마련됐다.

   
 
재단이 조봉암 선생의 사상을 주제로 택한 것은 ‘진실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 이사장은 “지역의 선각자가 누명을 쓰고 죽은 지 50년이 지나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후손들인 우리에겐 얼마나 큰 불행입니까. 정치적인 것을 떠나 훌륭한 인물이 나고 자란 지역이라는 사실은 지역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새얼아침대화 300회는 지역의 선각자로서 선생이 가지는 의미와 진실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매회 강연 시작 전, 지용택 이사장이 직접 나와 이야기하는 ‘1분 스피치’는 새얼아침대화의 인기 코너(?)다.

매회 1분 스피치를 준비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지 이사장은 그러나 매번 현안에 대한 가감없는 의견 피력으로 청중들을 사로잡는다. 300회 강연에는 ‘조봉암 선생’에 대한 지 이사장의 1분 스피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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