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새롭게 풀이한 명심보감에 보면 중국 요순시대 문왕의 신하 강태공(太公)이 남긴 글 중에 ‘효어친(孝於親)이면 자역효지(子亦孝之)하나니. 신기불효(身旣不孝)면 자하효언(子何孝焉)이리오.(내가 어버이에게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나에게 효도하나니 내가 이미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았다면 자식이 어찌 나에게 효도하겠는가?)’라는 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있다.

옛날에 나이 칠십이 넘어 늙고 병든 사람을 구덩이를 파고 버려 거기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을 고려장 또는 고린장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칠십이 넘은 부모를 고려장하기 위해 자기 아버지를 지게에 짊어지고 가서 아버지를 고려장한 후 지게를 버리고 돌아오려고 했다.

이때 노인의 손자가 버려진 지게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자 아버지를 버린 아들이 그 까닭을 물으니 노인의 손자가 하는 말이 “다음에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아버지를 짊어다 고려장하여야 되기 때문에 가져가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의 아들(손자의 아버지)은 깊이 깨달은 바 있어 다시 늙은 아버지를 지고 집으로 돌아와 지극한 정성으로 아버지에게 죽을 때까지 효도하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이후로 노인을 산에다 버리는 풍습(고려장)이 없어졌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고려장보다 더 무서운 존속살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인인구가 전체인 구의 10.7%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모를 흉기로 살해하거나, 목 졸라 죽이거나, 아파트에서 밀어 떨어져 죽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를 살해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물론 고령화사회가 진전되면서 불가피하게 젊은이들에게 노인에 대한 부양 및 보호의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낳아서 길러 준 부모에게 효도는 하지 못할망정 돌로 쳐 죽이거나 목 졸라 죽이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에서 밀어서 죽게 하는 자식들이 있다는 것은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효도한다고 부모를 외국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 버리거나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고 연락을 끊고 죽을 때까지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가정에서는 부모의 잔소리가 싫어 부모와 대화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노골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것을 싫어하며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나이 먹은 노인들의 삶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어느 부모가 자식 잘못 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부모의 일방적인 요구나 잔소리는 자식 잘되라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삐뚤어진 자식의 윤리의식과 가족제도에 따라 부모를 모시고 살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사라진 현실에서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상실한 부모의 자식사랑이 돌이킬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충효사상이 중요했던 선조들의 세대와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현 세태를 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이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생각한다면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를 살해하거나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져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고 듣는 사람 생각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고집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나이 먹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답답하게 보이는 부모 모습이 미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고려장(高麗葬)은 고구려 때에 늙어서 쇠약한 이를 산채로 묘실(墓室)에 옮겨두었다가 죽은 뒤에 그곳에서 장사 지낸다고 사전에 쓰여 있다. 내가 늙어 자식들한테 고려장으로 생을 마감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늙어서 자식들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부모에게 효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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