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시작돼 76년간 한국 방송역사와 애환을 같이해온 농어촌 대상의 라디오 방송이 오는 7월 13일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이는 KBS 제1라디오가 7월 14일부터 24시간 뉴스정보 채널로 운영되면서 전체 라디오 채널 중 유일하게 남아 있던 농어촌 대상 프로그램 `밝아오는 새아침'(매일오전 5시 5분)을 완전 폐지하는 데 따른 것이다.

농어촌 대상 프로그램은 1927년 첫 전파를 발사한 경성방송국(호출부호 JODK)시절부터 지금까지 라디오 방송에서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1927년 5월의 경성방송국 편성표에 따르면 방송사항(내용)이 주식 쌀, 주식 면사, 생사, 농업 강좌, 농어촌 기상예보 등 대다수 프로그램의 성격이 농어촌 인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1933년 4월 방송 시간표에도 기상정보, 농어촌 강좌, 어시장 동향 등과 같은 농어촌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시 대부분의 인구가 농어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일제 시대의 농어촌 대상 프로그램은 1958년 농사원(농촌진흥청 전신)이 서울중앙방송(KBS 전신)과 협조해 제작한 `농사수첩'이란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1963년 농업공보관에 녹음실을 설치해 KBS `라디오 농업학교'를 직접 제작했고 1964년 MBC `밝아오는 우리마을', 1965년 DBS(동아방송) `새벽의 광장'이 생기는 등 농어업 관련 방송은 전성기를 맞았다.

한해 뒤인 1966년에는 TBC(동양방송), CBS(기독교방송)도 이에 동참해 모두 6개 라디오 프로그램이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1965년 당시만 해도 전체 인구의 55% 이상이 농가 인구였다는 통계가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1980년 언론통폐합 조치로 TBC, DBS 등이 문을 닫아 농어촌 프로그램은 그 수가 줄게 되지만 80년대 후반까지는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해 간다.

MBC `밝아오는 우리마을', CBS `밝아오는 새마을', KBS 제1라디오의 `농어촌의 시간', KBS 제2라디오의 `농어민의 수첩' 등 80년대 후반까지는 4∼5개의 프로그램이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KBS 제1라디오의 `농어촌의 시간'은 1991년 `밝아오는 새아침'(오전 5시 5분)으로 제목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진 반면 나머지는 차례로 자취를 감췄다.

`밝아오는 새아침'은 농촌진흥청의 제작 지원을 받아 `신농법 신기술, `농업경영컨설팅', `영농공개강좌', `주간농사메모' 등 고정코너를 확보해 농촌진흥사업 홍보에 적극 활용돼 왔다.

또한 농어민에게 실질적인 정보 제공과 함께 TV뉴스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5시에 아침을 여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았다.

농진청의 방송 담당자 김광국 씨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농어민 대상 라디오가 폐지돼 안타깝다"면서 "지난해 종영한 MBC TV `전원일기'와 더불어 소외돼가는 우리농촌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국농민연대, 농업환경생명을 위한 WTO협상 국민연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도 "유일한 농어민 정보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1970년대 CBS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의 `밝아오는 새아침'까지 30년 이상 농어촌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정재우 작가는 "국가 기간방송인 KBS가 사회적인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라고 전제한 뒤 "제1라디오가 뉴스 토론프로그램이 되면 당연히 뉴스가치에 따라 방송이 움직일 것이고 농어민 등 소수에 대한 배려가 적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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