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지 10년을 맞는다. 수천년에 걸친 굴곡의 역사, 그리고 한국전쟁 중 적으로 싸웠던 불행한 과거를 생각할 때 92년 수교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이룩된 양국관계 발전은 실로 괄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밝은 면의 이면에는 항상 어두운 면도 병존하는 법, 지난 10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더욱 밝은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양국관계 발전의 가장 눈부신 분야는 단연 경제쪽이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두번째 교역 상대국, 한국은 중국의 세번째 교역 대상국이 돼 있다. 10년간 교역량은 7배가 증가했다. 정치 분야에서도 지난 10년간 12회의 정상회담 개최가 말해주듯 긴밀한 협조관계가 수립됐다. 특히 한반도의 안정을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의 놀라운 한류 열풍에서 보듯이 문화교류면에서도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변화가 있었고 양국 국민간의 교류 역시 올해 약 2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팽창해 왔다. 어떤 경우라도 적대적 과거로의 회기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각 분야에서 파트너 관계가 수립된 셈이다. 두 나라는 이제 10년전 수교결정의 현명성을 자축할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건설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미 드러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제분야에서는 최근의 마늘분쟁에서 보듯이 첨예한 무역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적자에 민감한 나머지 점차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번 월드컵 경기 당시 중국언론의 반한감정 부추기기에서 짐작되듯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심리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씻을 수 없다. 특히 지난 5월 탈북자의 한국공관 진입시, 중국측이 보인 무례한 태도는 중국 대국주의의 소산으로 의심되며 양국간 진정한 우호를 위해 청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앞으로 한국의 국력성장을 그들에 대한 잠재위협으로 우려하고 견재하려는 소극적 태도를 멀리하고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업그레이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도 앞으로 극동 지역에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륙세와 해양세의 충돌에서 적절한 평화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 중국에 도움을 줄수 있는 만큼, 양국간 관계가 대등하고 건전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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