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기호일보 기획위원
 지방자치시대 자치단체장은 ‘슈퍼맨’이 돼야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만 탓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라고 주위에서 아우성이다. 단체장이 바뀌면 지역의 얼굴이 바뀌는 것뿐 아니라 지역의 풍토와 이미지가 변한다. 그것은 강력한 개성과 리더십으로 독창성 있는 정책을 단체장이 얼마만큼 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던 자유당 시절이 아니다. 지금은 수단과 방법도 정당해야 되는 과정 중심의 시대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법령과 예산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일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꿈과 미래 불만욕구 그리고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행정이 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단체장을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연필만으로 행정을 수행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주민의 삶과 지역 발전을 위한 소신 있는 행정으로 그 지역에 걸맞은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발전하는 지역에는 반드시 스스로 풍차가 돼 새바람을 일으키는 단체장을 도와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돌개바람으로 껍데기를 날려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신바람을 일으켜 지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한다.
성공한 자치단체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드워드 카치는 12년간 미국 뉴욕시장을 지내면서 복지정책을 우선시 했던 전임 시장과는 달리 중산층과 기업 이익을 강조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면서 지방자치의 재정 형편이 나아지면 결국 빈곤층이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에 우선 지방자치의 재정을 살찌워야 한다면서 개발정책을 실시해 뉴욕시를 부자(富者) 자치단체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또 복지 위주 정책을 펼치면 부유층이 그 지방을 떠나고 대신 빈곤층이 몰려들어 결국 지방 살림을 궁핍하게 만든다면서 복지예산을 줄이고 많은 예산을 개발 부문에 투자해 성공한 개발 위주 정책론자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에드워드 카치 시장의 정책이 모두 옳다는 말은, 경제전문가가 아닌 내가 감히 할 수 없지만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어떤 것이 우선인가에 대해 자치단체장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의 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깊이 있는 정책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공감대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체장 개인의 욕심과 의욕만을 내세워 민생 안정 및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많은 사업을 벌이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 예산 지원 없으면 공무원들 급여도 줄 수 없는 재정 비상상태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 심각한 문제를 극복하는 길은 지역사회의 일상 생활 영역도 생산적인 경제논리로 과감하게 재편돼야 하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관료주의적인 기존 형태를 벗어 버리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듣지 말아야 한다.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위기상황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다. 이제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단체장 개인의 지도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새로운 정책을 찾으려는 낭비적 노력보다는 현재의 정책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입체화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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