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최초 단독 내한 공연이 2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의 88 잔디마당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이날 저녁 8시가 넘어 해가 어둑어둑해질 때쯤 머라이어 캐리는 화려하고 대담한 의상으로 무대 뒤에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좌석 1만 3천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가 부르는 첫곡 `HeartBreaker'에 환호하며 박수로 그를 맞았다.

`뚜 뚜루뚜 뚜뚜뚜'가 귀에 쏙 들어오는 히트곡 `Dreamlover'에 이어 죽은 친구를 추모하면서 부른 12번째 앨범 타이틀`Through the rain'을 들을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발라드 가수가 만드는 공연의 단조로움을 뮤지컬과 서커스 쇼, 댄스 등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연출로 극복했다.

힙합 아티스트 버스타 라임스와 듀엣으로 부른 `I Know what You want'에서는 핫팬츠 차림의 파격적 의상으로 섹시함을 과시하며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

그밖에도 `You Got Me', `Fantasy' 등 빠른 비트의 곡을 부를 때는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현란한 댄스를 선보이는 등 무대 연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분홍색 미니스커트, 흰색 롱 드레스, 핫팬츠 청바지, 빨간 미니스커트, 파란색 원피스 등 총 6번에 걸쳐 의상을 갈아입은것도 다채로운 무대를 꾸미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으리라.

이어 `Subtle Invitation' 은 7옥타브를 넘나들며 머리에서 울리는 특유의 고음 처리를 맛깔스럽게 보여줬고, 마지막 부분에서 세션과 코러스를 노래로 엮어 재치있게 소개했다. 한국팬들이 가장 기다린 것은 대표적인 히트곡 `I'll be there'였다.노래가 울려 퍼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일어나 손을 좌우로 흔들어 파도를 만들며 대부분 따라 불렀다. 어느새 공연은 후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Make it Happen'이 흘러 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형광 스틱으로 큰 물결을 만들어 장관을 이뤘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에 관객들이 건네준 해바라기 꽃다발을 받아들어 손짓하며 관객들에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마지막곡 `Honey'를 부르고 무대 뒤로 모습을 감췄고, 앵콜을 연발하는 관객의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앵콜 송은 `Vision of Love'에 이어 `Hero'로 많은 관객들이 일어서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마무리됐다.

이번 무대는 밴드, 백코러스, 백댄서, 기술 스태프 등 미국 현지 스태프만 85명이 내한해 만든 대규모 공연이었다. 독특한 음향시스템 V-DOSC을 도입해 관객이 좌석 위치에 상관없이 똑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고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이 겪는 불편함도 적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시스템 때문인지 머라이어가 일본 공연을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코러스와 세션의 음향에 머라이어의 보컬이 묻히는 느낌이었다.

앵콜송을 제외한 레퍼토리 14곡 중 12집에 수록된 신곡이 6곡이나 들어가는 바람에 `My All', `Without You' 등 대표 히트곡을 듣고 싶어 하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 가장 아쉬움을 남긴 부분은 7시 공연이 8시 20분이 돼서야 머라이어 캐리가 등장할 정도로 1시간 이상 지연된 데다가 주최 측의 공식 사과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관객 중 일부는 불만을 터뜨렸고 간간이 빠져 나가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한편 머라이어가 운영하는 레이블 모나크가 준비중인 13∼14세 2인조 소녀그룹벨 & 넬이 오프닝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 팬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공연은 1만 3천800 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총제작비는 8억 5천여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제작비와 규모 면에서 1999년 마이클 잭슨과 머라이어가 함께 꾸민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공연과 비길 만큼 기념비적인 공연은 아니었다는 게 공연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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