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기호일보 기획위원
 요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공서 또는 기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혼탁한 현실을 책으로 정화하고 책속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관공서나 기업체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독서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독서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순기능이란 좋은 책을 읽으면 몸과 마음을 유익하게 하지만 흔히 악서(惡書)라고 불리는 책은 말초적이고 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그런 책을 읽은 사람은 양심이 황폐화 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

‘누구나 좋은 책을 처음에 읽어라. 그러지 않으면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전혀 못 가질 것이다’라는 세계적인 독서광 H. D. 소로의 말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책을 선택할 때는 좋은 책을 선택해야 되지만 내가 좋은 책이라고 선택했더라도 그 책이 모두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훌륭한 사람의 생애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없는 부분이 있듯이 좋은 책에도 싫증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책을 보는 사람 자신부터 마음을 비워야 한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절반은 보는 사람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나 직장 취직시험에서 논술도 강화되고 논리적인 토론과 발표의 장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학교나 관공서 또는 기업체에서 책 읽기에 대한 교육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가려는 것은 시대적인 상황에 발맞춰가는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고 봐진다. 그러나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그리고 비주얼(시각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는 새로운 세대들 속에서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교나 직장의 독서교육이라는 것이 제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판과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독서교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정의해 둘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책을 읽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되고 취직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많은 돈을 벌어 이름을 높이는 데 독서교육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독서교육의 목표를 두는 것이라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이 실패 아닌 실패로 보는 이유는 교육의 이상과 목표가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기야 이상과 목표는 올바르게 세웠지만 시행에서는 오로지 입시경쟁만 좇아 왔던 탓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독서를 교육으로 보는 것부터가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책 읽는 재미를 붙여주려면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숙제가 된다든지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든지 성적에 반영된다든지 하면 그것 자체가 부담이 되고 다시 입시과목을 하나 늘려주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시 제도를 고치지 않고 시험성적에도 반영되지 않은 채 단순히 독서 교육만을 강조한다면 이 또한 아무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시험공부하기 바쁜데 누가 책을 읽을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무원들에게 읽을 책을 선정해놓고 읽은 후 사례 발표와 토론회를 하자고 하자 바쁜 시간에 민원인을 만나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에 한가롭게 독서를 즐길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불평했다는 공무원들의 말과 똑같은 이야기다. 지금까지 독후감 쓰는 게 고작이었던 학교교육을 이제 새로운 틀로 바꿔 줘야 한다. 진정으로 독서교육의 목표를 정한다면 반강제적이 아닌 상태에서 본인이 재미있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꿀보다 달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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