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본사 김승환 기자
【평택】“공사를 따기 위해서는 득달같이 공무원을 찾아와 간·쓸개 다 빼 줄 것처럼 하다가 공무원이 조금 실수해 손해를 봤다고 금품 준 것을 고발하거나 언론에 제보한다면 그 업체를 그냥 나두겠느냐. 두 번 다시 공사를 주지도 않겠지만 지역에서는 공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평택시청 한 간부공무원이 최근 시 공무원이 건설업체에 금품 요구, 고위공직자가 공사계약에 개입한 의혹<본보 5월 19·23·30일자 5면 보도>과 관련, 사실 여부를 취재하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최근 평택시 한 고위공직자는 수십억 원대의 공사를 수의계약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가 계약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특혜 의혹 논란에 서 있다. 특히 이 공직자는 이달 말께 명예퇴임을 앞두고 있으나 시가 집행하는 모든 공사계약을 좌지우지한다, 건설업체로부터 법인신용카드를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한 공무원은 관급자재 납품과 관련, 건설업체에 팀 회식비 명목과 남자직원 유흥주점(룸살롱) 회비로 수백만 원을 요구해 말썽을 빚고 있다. 또 다른 공직자는 공무원의 실수로 건설업체가 부도위기를 맞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도 “공사를 하면서 50m 터파기를 해 손해를 봤으면 얼마나 봤겠느냐”며 건설업체의 사정은 뒷전인 채 보신주의와 책임회피성 자세를 보여 업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시 감사관실은 “직원들을 통해 조사해 봤는데 그런 일이 없다더라”, “확인이 안 된다”며 시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보신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감사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실이라고 하지만 직원들이 한때 직속 상관으로 모시던 간부공무원의 권력 남용이나 비위 사실을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기자는 애시당초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시장의 측근 중 최고 실세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고위간부를 누가 감히 조사할 수 있겠는가?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공직비리 척결을 위해 공직감찰본부 11부를 중심으로 고위직·토착비리 등 구조화된 비리에 대해 전방위 감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차례 언론보도에도 평택시 공직자의 비위는 감사원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은 ‘한 번 써 봐라. 지역신문을 누가 보겠느냐’며 ‘다 내 편인데 누가 나를 건드릴 수 있어’하며 여전히 뻣뻣하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비위공직자들의 권력 남용 등의 행태를 얼마나 파헤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됐다. 기자는 검찰 수사를 떠나 고위공직자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정년이 남았는데도 공로연수를 포기하고 후배들을 위해 명예퇴직의 길을 선택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동안 공직자로서 자신이 부패하지 않았나, 후배 공무원들에게 불합리한 일은 없었나 돌아보며 아름답게 공직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자는 이른 아침 공직자의 멘토로 삼았던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다시 보면서 최근 평택시 공직자의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부도덕한 행태에 대한 상념이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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