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감독의 두번째 영화 '써니'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4일 개봉된 이 영화는 개봉 한달 만에 4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써니'의 관객은 394만명으로, 올 상반기 개봉된 영화 가운데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쿵푸팬더2' '캐리비안의 해적' '엑스맨 퍼스트클래스' 등 여름 시장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의 개봉 속에서도 꾸준히 예매 점유율 3-4위를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극장가에서 '써니'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복고와 현대적 감수성의 결합 = 복고적 향수와 현대적 감수성을 교묘하게  결합시킨 전략이 성공의 배경으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 후반에 학창시절을 보낸 여학생들이 25년이 흐른 후 '아줌마'  친구들을 찾아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는 1980년대 사회상과 2000년대의 분위기를  맞물려 놓았다.

영화에는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Reality),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Touch by Touch) 등 당시를 떠올릴만한 음악들이 흐르고 나이키 운동화, 음악다방 등 80년대를 음미할 수 있는 소재들이 화면을 차지한다.

그러나 옛 정서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데 이 영화의 미덕이 있다.

 '써니'는 200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풍경도 보여준다.

 막장드라마가 방송가를 장악하고 학교에서는 '왕따'가 성행하는 현실도 짚는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5일 "옛날 옷을 입고 있지만 현대적인 이야기를 하고있어 젊은 층과 장년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써니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입소문 퍼지며 아줌마 마음잡아 = 개봉과 함께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써니'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유율 하락이 예상됐다.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와 '쿵푸팬더 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점유율 2-4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이번 주에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따돌리고 예매 점유율 3위로 올라설 정도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최민수 과장은 "평일 8만 관객이  유지됐다.

 '엑스맨' 개봉에도 평일 7만명이 들어오고 있다"며 "6월 한 달간 이렇다 할한국영화 대작이 없기에 500만 돌파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도 "'써니'의 좌석점유율은 60%로 상당히 높다"며 "평일 오전에 아주머니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

 외화들의 파상공세에도당분간 스크린 수를 어느 정도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작ㆍ배급사 측도 이러한 현상에 고무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공부 중인 주연배우 심은경은 방학을 이용해 오는 9일 압구정 CGV에서 열리는 400만관객돌파 기념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또 조만간 상영시간과 관람등급 때문에 삭제됐던 장면들을 삽입한 '써니'의 '디렉터스 컷'(감독판)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철학 부재는 아쉬움 = '써니'는 80년대를 배경의 한 축으로 삼으면서  불온하고 격렬한 사회상을 다뤘지만 시대적 아픔까지는 파고들지 못했다는 한계점도  엿보인다.

한때 학생운동에 투신했지만, 지금은 성공한 기업가로 변신한 여주인공 나미의남편 이야기는 어물쩍 넘어간다.

 80년대 전투경찰과 학생운동 진영 간의 대결도  희화화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공무원 아버지와 학생운동하는 아들 간의 껄끄러운 관계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 '배금주의'에 천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죽은 춘화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돈을 받은 친구들이 환호하는장면은 여성의 우정을 돈과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상업영화가 가진 한계성이다.

 좀더 시대에 밀착하지 못한 건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