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기호일보 기획위원
 10년 전 금융구조 조정여파로 직장을 잃은 전직 은행원이 쓴 ‘부도’라는 제목의 소설 내용이 떠오른다. 저자가 ‘부패한 조직은 반드시 무너진다’를 부제로 붙인 소설은 은행과 기업을 부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대출비리 커넥션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금융부정을 예견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은 물론 정·관계를 망라하고 사회 각층을 골고루 로비대상으로 삼아 광범위한 로비를 통해 많은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 은행 부정비리 사건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부산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등 정치권이 권력형 비리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일선지검에서 할 수 있다면서 중수부를 폐지하려하자 검찰 측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정치인들이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정치권과의 줄다리기로 수사를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수부를 폐지하라는 것은 저축은행 수사를 그만두라는 것인데 정치권이 사법개혁을 하자면서 정치인들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검찰 측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난 몇 달간 중수부 수사권 폐지방식에 대해 검찰의 자발적 폐지를 유도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양쪽 주장으로 시끄럽다. 한동안 굵직한 부정부패가 사라지나 싶더니 각계각층 여러 곳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오르내리는 저축은행 권력형 대형로비 부정비리사건이 일어났다. 하기야 부정부패문제로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이 어제 오늘일로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사건은 일부 정치인과 권력자 간에 이뤄진 수많은 서민들을 울린 대형사건으로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사정기관에서, 검찰에서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큰소리쳐 봐도 정치인이나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이 연루된 사건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요즘 언론에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를 보노라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도덕성을 잃은 국민들이 돈에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부정비리는 고구마 줄기에서 고구마가 달려 나오듯 꼬리를 물고 자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정당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권력을 이용한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은 검은돈을 넘겨다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사회가 점점 부패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직을 이용해 부정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공직자와 정치보다는 재테크에 맛들인 일부 정치인 그리고 소수의 권력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통탄한 현실 속에서는 국가의 발전은 고사하고 도둑질 방법만 배우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기업을 하는 기업인이 권력을 넘보고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돈에 욕심을 부리는 일이 없어져야 하고 정치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큰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하며 적어도 공직자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치졸한 작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청빈한 관료는 부유층 앞에서 당당하고 가난한 백성의 아픔은 함께 나눈다. 게을러 가난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서 검소하게 사는 것은 더러운 짓을 하면서 부자로 사는 것보다 당당하다는 성인들의 말과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재물에 눈이 어두운 원님은 자기가 만든 감옥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우리 모두 교훈으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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