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오복을 부르는 오색그림’이란 테마로 열린 고양민화협회의 2011년 정기 전시회가 13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전시회장인 동국대학교 부속 일산병원 1층 로비에서 김정호(52·여)고양민화협회장을 만났다.

-민화는 무엇인가.
▶우리 배달겨레의 민족정신을, 또 생활상을 뿌리 깊은 정서로 담아 낸 것으로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그림이다. 화려한 색채도 우리네 흥을 고스란히 배고 있으며, 그 역사는 어쩌면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조선후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었다.

-민화와 첫 인연은.
▶17년 전쯤 제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후곡마을에 사는 아들 친구 집에 함께 놀러 갔다가 그 집 엄마(프랑스 유학 중)가 민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강렬한 색채와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한순간에 반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가족들이 민화의 색채 때문에 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그 역사성과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주기 시작했고, 오늘날 서울 인사동에 개인 아틀리에까지 갖춘 전문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언제나 가족들이 응원해 줬다.

-첫 개인전은 언제였나.
▶지난 2006년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민화맛보기’란 주제로 연 전시회가 첫 전시회였고, 10년 넘게 배운 기량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비친 자연풍경과 꽃 및 동물 등을 그린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고양민화협회의 창립 배경과 활약상은.
▶2000년 3월께 고양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정주부 출신의 작가 3~4명이 우리네 전통회화인 민화를 널리 알려 보자는 뜻을 모아 결성됐고, 지금은 정회원 10명과 준회원 20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총 6회의 합동전시회를 통해 작품 150여 점을 선보였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민화를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무료로 고양시내 성사고교에서 한 달에 두 번, 격주 토요일마다 특별활동을 지도하며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민화 보급이 어려운 점은.
▶민화는 무속신앙인 또는 사찰 등지에서만 사용하는 그림이란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한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민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틈을 타 높은 값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일부 몰지각한 작가들의 만용이 그 중심에 있다. 정말 민화는 작가의 세밀한 작업 기법이 필요하지만 아주 싼 재료들로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인터뷰 내내 김 회장은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민화사랑의 강한 열정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다만, 그는 고양민화협회가 아직 관내 미술협회 등 기존 미술계의 높은 벽 때문에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헤어짐을 뒤로하며 잠시 돌아선 그는 “내년에는 용(龍)을 주제로 한 새로운 작품들을 갖고 협회 창립 이래 가장 큰 전시회를 열 거예요”라는 작은 외침을 전해 벌써부터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한편, 김정호 회장은 서울 태생으로 울산여고, 울산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부군 신영석 씨와 사이에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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