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서경석(31)과 가수 유승준(27)은 친구사이다. 일하는 분야가 다르고 나이 차이가 조금 나긴 하지만 서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 둘은 근래들어 행로에서 큰 대비를 보이고 있다. 군복무 문제 때문이다.서씨가 최근 병역의무를 마치고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면, 유씨는 입국의 길이 막혀태평양 건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씨는 유씨 문제에 대해 "친한 사이여서 지금 무슨 말을 하기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워 한다.

서씨는 단순히 개그맨으로 방송에 돌아오는 게 아니다. 인기가 예상되는 일일 드라마를 통해 탤런트로 어엿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그는 30일 첫 방송에 들어가는 MBC의 `백조의 호수'에서 아버지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파파보이'로 나온다.

본인은 정식 탤런트로 변신하는 건 아니라고 겸손해 하나 뭔가 야무진 꿈이 있어 보인다. 서씨가 드라마에서 고정배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제대 말년'을 앞둔 지난해 말에 국군홍보 드라마인 MBC `막상막하'에 출연해 연기 가능성을 미리 탐색했던 그이다.

서씨는 병장 전역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훈련소 입소 첫날에 자존심, 직업,내 위치를 다 버리자고 다짐했다. 잘 견뎌낸 것 같다"며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다.

이어 "군입대가 연예인에게 주는 타격이 생각보다 적고, 오히려 이미지가 좋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유씨는 최근 청와대, 법무부, 병무청,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요로에 탄원서를 제출해 입국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여건이 그다지 좋아지는 것 같진않다. 안티 유승준 모임 등 입국반대단체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유씨의 입국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열띤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외국 시민권이나 국적으로 취득해 조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도록 규정한 입법사례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견해와 스티브 유(유승준의 미국이름)가 한국에 올 경우 장병들의 사기저하와 병역의무 대상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유씨는 탄원서에서 "13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문화적 차이와 언어 갈등을 겪으며 조국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자신이 받은 것을 팬들에게 돌려주고자 한국에 가고자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병역기피' 시비는 그의 발목을 여전히 꽁꽁 묶고있다.

남북이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병역문제는 지대한 관심사로, 일이 있을 때마다 여론의 큰 주목을 받곤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성인남성이면 누구나 군복무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법으로 규정한 사회적 합의와 약속이 바로 병역의무 이행인 것이다.

따라서 이 합의와 약속을 지키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뜨겁게 전개되곤 했다.

탤런트 차인표가 머리를 깎았을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꺼림칙한 사유로 군대를 가지 않은 유명인 또는 지도층 인사에 대해서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두 차례나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가장 큰 이유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때문이었다.

이렇게 볼 때 서경석과 유승준의 사례는 한국사회의 통과의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유명인일수록, 지도층일수록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가슴을 펴고 행세 하기 힘든 시대가 됐음을 실감케 한다. 법적 근거와 개인적 사유에 몇발짝 앞서서 말이다. 이는 평등을 원하는 국민적 정서이자 여망이라고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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