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보다 압도적으로 젊고 예쁘고 날씬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 출연자 선정에서 외모가 주된 고려 대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현재 방송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출연자가 외모와 연령에 얼마나 영향받고 있는지 점검하고자 주시청 시간대 출연자 전원에 대한 역할과 외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24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5월 12∼25일 총2주 동안 방송3사의 4개 채널에서 주시청 시간대(평일 오후 7시∼11시, 주말 오후 6∼11시)에 총 240시간 동안 방송된 82종의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분석인물 7천427명 중 남자가 5천165명(69.6%), 여자가 2천262명(30.4%)으로 10명 가운데 7 대 3 비율로 남자가 많이 등장했다. 특히 뉴스ㆍ보도ㆍ시사 프로그램은 출연자 10명 중 8명이 남자였으며 보고서는 이런 성비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남성임을 재생산하는 또 다른 장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전체 남녀 출연자를 뚱뚱한 체격, 보통 체격, 마른 체격으로 나눠 분석을 시도했다. 신체 비만도를 측정한 BMI(Body Mass Index)를 참조해 탤런트 김혜수ㆍ김선아 등을 보통 체격으로, 장서희ㆍ채림 등은 마른 체격으로, 강부자ㆍ양희경 등은 뚱뚱한 체격으로 분류했다.

남자의 경우 탤런트 김성택ㆍ김호진 등은 보통 체격, 신정환ㆍ이윤석 등은 마른체격, 이용식ㆍ강호동 등은 뚱뚱한 체격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마른 체격'으로 분류된 여성은 966명으로 여성 전체의 42.3%으로 나타났고, 보통 체격은 1천114명(49.2%)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보통 체격 3천772명(73.1%)에 마른 체격 765명(14.8%)으로 조사돼 여자출연자가 남자 출연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마른 체격을 많이 갖고 있었다. 뚱뚱한 체격은 남자 626명(12%),여자192명(8%)으로 남자의 비율이 높았다.

보고서는 "여자 출연자의 경우 외모, 노출정도, 체격,연령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 남자에 비해 더 예쁘고 젊고 날씬한 인물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대중의 의식에 여자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르별로 살펴보면 뉴스ㆍ보도ㆍ시사 프로그램의 여자 진행자 등은 남자 진행자에 비해 더 화려하고 예쁘고 마른 데다 젊은 인물이 등장했다.

드라마 역시 예쁜 여자 주인공일수록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인물이 화려한 차림새를 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는 차림새를 통해 능력 여부를 판단하는 전반적인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버라이어티쇼의 경우에도 여자 진행자가 젊고 예쁜 외모에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고 노출 정도도 심했다.

일반인 출연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다큐멘터리ㆍ교양 장르의 경우 일반인 주요 등장인물 중 여자 주요인물의 외모가 보통 이상인 비율이 남자보다 높았고 남자 출연자에서 못생긴 인물이 등장할 확률이 여자보다 높았다.

여성 민우회는 "모니터 결과 방송에 출연하는 남성은 잘생긴 외모를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는데 반해 여성은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데도 외모가 주요 고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진에게 "지나친 남녀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제작진 스스로 보다 다양한 여성 출연자를 TV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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