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인천시청을 서구로”-이것은 2007년부터 서구에서 유행했던 건배사다.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일부 정치인 또는 정치 지망생들이 단골메뉴로 사용하는 선거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당시 시청사 이전이 화두가 됐던 것은 인구 140만 명 시절인 지난 1985년 건축한 구월동 시청사를 현 부지에서 행정복합타운으로 신축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인가를 놓고 검토했기 때문이다. 280만 명으로 인구가 두 배나 늘어나 시정을 감당하기에는 업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부서가 임대청사를 얻어 시청사 주변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상황을 볼 때 당연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었다. 특히나 당시 시청사를 현 부지에 행정타운으로 신축하기보다는 도시재생과 균형발전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타당성 검토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2007년 9월 서구청과 서구의회는 인천시청 서구유치 제안서를 인천시에 제출했고 주민들은 시청유치를 위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천 서북부지역(서·부평·계양·중·동구, 강화.) 주민 20만1천700명에게 서명을 받아 인천시에 접수시킨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9년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은 서구주민 400여 명과의 대화시간에 시청사 이전 문제에 대한 건의를 받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안 시장은 “인천시청을 서구로 이전하기보다 청와대를 인천으로 이전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고. 담당 국장은 “시청 청사이전 문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서구 주민들이 멀쩡한 시청을 옮겨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로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서구지역 정치인들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선거 때는 인천시청이 곧 서구로 올 것처럼 큰소리치던 정치인들이 인천시장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로 변한 것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시청사 이전 계획이 없었는데 서구 주민들이 공사비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멀쩡한 시청사를 무조건 가정동 루원시티로 이전해 달라고 떼를 쓰는 바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천시청사 이전문제는 서구지역 입장보다 인천시 전체 입장에서 방향을 바로잡아 판단하겠지만 시청사를 이전하겠다면 지리적 여건으로 인천의 중심지이며 인천공항의 관문인 동시에 청라경제자유구역이 있는 가정동 루원시티로 이전하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청사 유치를 위해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작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송영길 시장으로 바뀌고 가정동 루원시티 사업과 연계된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을 인천시가 포기하면서 루원시티에 시청사유치 희망은 주민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LH 이지송 사장이 송 시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루원시티 사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사업으로 인천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요청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놓고  또다시 서구로 시청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 오르내리던 성남시청 호화청사 문제와 인천시 부채가 10조 원이 넘는다는 재정악화 소식 때문에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인천시가 제2 행정타운 건립을 도화구역에 결정한 상태에서 시청사 이전이나 공공시설의 가정동 루원시티 이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시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서구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이번 일을 보는 것 같다. 지난 2006년 때처럼 시청사를 서구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서구지역 주민들은 현명하게 현실을 보는 것이다. 다만 인천지역의 핵심재생사업지역인 가정동 루원시티의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사업 전체를 이끌어갈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 앵커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천시는 알아줬으면 한다. 단순히 루원시티만이 아니라 난마처럼 얽혀있는 서구지역의 각종 사업들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시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이전이 어렵다면 대기업 본사나 호텔 백화점과 같은 민간시설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인천시청사가 서구로 올 수 있다면 서구사람을 비롯해 서북부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 하겠는가. 안 되는 줄 알면서 선거 때만 되면 지역주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인들의 말잔치에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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