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9월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다이애나 전 영국 황태자비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결혼식을 올리더니 마지막 가는 길도 영화처럼 사라졌다. 모두가 신데렐라로 떠받던 그녀는 정작 남편인 찰스 왕세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점차 왕실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면서 결국은 결혼생활에 파경을 맞았다. 여기에서 그녀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그칠줄 몰라 이혼 전부터 숱한 염문설에 휘말리던 그녀는 왕실을 떠나서도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한채 늘 언론에 오르내렸다. 급기야는 자신의 마지막 연인과 함께 차를 타고, 뒤쫓아오는 사진기자들의 눈을 피해 강변도로를 달리다가 참사를 당했으니 당시 운전기사의 음주운전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었다지만 그때 그녀를 쫓았던 사진기자들에게도 책임추궁이 거셌었다. 흔히 `파파라치'라고 불리는 이들은 세계 유명인사들을 뒤쫓아 다니며 그들의 사생활을 캐는 사진기자들을 일컫는다. 이 용어의 유래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테리코 펠리니가 제작한 영화 `라 돌체 비타'에 나오는, 영화계와 상류사회를 엿보는 사진기자의 이름인 `파파라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편, 파파라치에서 따온 `카파라치'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교통위반 전문신고꾼'들을 말한다. 이들은 파파라치처럼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생활 엿보기가 목적은 아니지만 몰래 숨어서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경찰이 아닌 시민들이 교통위반사례를 사진으로 촬영해 신고하면 보상금으로 1건당 3천원이 주어졌다. 그러던 것이 신고보상금을 독식하며 직업으로 삼는 카파라치들이 양산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자 경찰청은 19일부터 보상금을 2천원으로 감액한다고 발표했다. 신고보상금제가 실시된 지난해 3월부터 1년동안 카파라치들에 의해 90만6천663건이 신고됐다고 하니, 교통위반자들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 면도 적지 않으나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될 말이다. 죽음까지 내몰 정도로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돈을 버는 카파라치들의 탐욕을 닮아서는 안되겠다는 염려에서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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