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세상에 도(道)가 없는 것이 있겠느냐, 남의 물건을 넘겨다보지 않는 것이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요,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은 의(義)이며, 가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知)이고, 똑같이 나눠 갖는 것은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가 구비되지 않으면 큰 도둑이 될 수 없다.’ 이 말은 장자에서 나오는 도둑론(論)을 인용한 글이다.
도둑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생명을 구하려는 도둑과 생명을 앗으려는 도둑이 있다. 그리고 국민의 혈세를 자기주머니 돈 쓰듯 하는 권력형 도둑이 있다. 도둑의 유래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뿌리가 깊을 것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손쉽게 도둑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힘들고 고된 길을 가지 않고 주민의 혈세를 자기주머니 돈 쓰듯 하는 일부 간 큰 도둑들 때문에 관료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다.

정말 배가 고파 도둑질하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 동정을 받을 수 있다. 이 사회가 도둑질을 하도록 만들었고 배고픈 이웃을 돌보지 않은 탓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구하고자 나선 짓이 도둑질이라면 그것을 잘했다고 칭찬할 수는 없지만 무턱대고 비난하기만도 어렵다. 그렇다고 돈 몇 푼에 귀한 생명을 죽이기까지 하는 생명을 빼앗는 도둑질과 가정을 파괴하면서 하는 도둑질을 잘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도둑은 비난받아야 하고 무거운 벌로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물론 남의 물건을 직접 훔친 도둑질은 아니지만 새해 들어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사건과 건설현장 함바 비리사건을 비롯해 저축은행 부정사건 등으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감사원이 비서관에게 업무추진비 내역을 허위로 작성하도록 지시해 5억여 원을 골프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지방자치단체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지난 과거를 보면 정치인은 뇌물을 받았어도 대가성 없는 정치후원금으로 치부했고, 관료나 권력자들은 이권청탁과 관계없는 떡값이라는 항변으로 처벌을 면하고 있다. 간혹 처벌을 받았다 해도 특별사면으로 복권되고 있다. 그런데 절도죄로 징역형을 받고 집행유예기간에 정말 바르게 살아보려고 중국음식점에 취직해 열심히 일했으나 절도전과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중국집에서 해고당한 후 10원짜리 30개(300원) 들어있는 어린 아이 돼지저금통을 훔치다 붙잡힌 사람은 집행유예 기간이라 법의 온정을 받지 못하고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다.
이런 광경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영국의 유명한 해적 브러드 선장은 찰스 2세로부터 런던탑에 있는 왕관을 훔쳐낸 수완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에 빵 한 개를 훔친 장발장과 같은 배고픈 좀도둑은 평생을 어두컴컴한 감옥에서 보냈다고 한다.

법이 무엇일까. 사회를 지탱하고 질서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대다수의 구성원이 약속으로 맺은 언약이 법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법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까?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지 않거나 국민은 법을 지키려고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도둑질할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영국 속담에 “큰 도둑은 용서받고 작은 도둑은 사형된다”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있다. 공직을 이용한 권력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도둑질만 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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