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가좌여자중학교 운영위원장

거물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이 수갑찬 손을 수건으로 가린 채 교도소 들어가는 모습을 TV에서 보면서도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하기야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그 식솔들까지 감옥에 들어가는 것을 본 국민들이 교육감이나 대학교수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불상하다고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동안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조건으로 사퇴하고 7억 원을 받기로 했지만 2억 원만 받았다는 대학교수는 구속되고 선의로 2억 원을 줬다는 서울시교육감은 조사가 계속되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는 공방으로 연일 시끌시끌하더니 마침내 10일 새벽 1시 30분 서울시교육감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로 들어갔다. 구속된 서울시교육감은 전면무상 급식에 대해 부유층 자녀들과 저소득층 자녀들 간의 위화감을 없애주는 일이라고 했다. 전면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일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부잣집아이들과 가난한 집 아이들 편가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반대로 서울시장직을 걸고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며 주민투표를 실시한 시장은 투표율 미달로 결국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7일 서울학생 인권조례안 초안을 공개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 조례 초안은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오는 10월에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시의회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례 초안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집회 허용. 학생두발 자율화. 복장자율화. 방과 후 학습 강요금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것이 구속된 교육감의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무상급식을 부잣집 아이들과 어려운 집 아이들에게 같이 먹이면. 어려운집 아이들이 나도 부잣집 아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또 부잣집 아이들이 수십만 원짜리 또는 수백만 원짜리 명품브랜드 옷을 입고 고급 미용실에서 비싼 돈을 주고 치장한 머리를 보며 가난한 집 아이들이 나는 싸구려 옷을 입었지만 내가 너와 똑같이 무상급식을 했으니 나도 부잣집 아이라고 생각할 것으로 보는지? 부잣집 아이들이 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데, 값싼 옷을 입고 다니는 어려운 집 아이들이 부모를 원망하며 받을 상처는 왜 생각해 보지 않았나? 복장 및 두발 자율화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고등학생이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다니면 술과 담배, 바람직하지 못한 이성교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도 복장자율화를 꼭해야 하는가? 물론 학생들이 자유와 인권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책임과 의무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절제와 겸손도 배워야 한다.

교복 자율화와 두발 자율화뿐이 아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학생들이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중학교나 고등학생들이 공부 때려 치고 시위현장으로 달려가면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그동안 복장 자율화나 두발 자율화를 하지 않아 학생들의 인권이 얼마나 침해받고 있단 말인가? 오히려 교복을 입고 있어 학생들이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해보지 않나? 교육자의 양심이 살아 있다면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법이 없어 범죄가 성행하는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자유와 권리신장보다는 책임과 의무, 절제와 양보, 헌신과 봉사의 미덕에 역점을 두고 제자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제자는 진심으로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학생의 인권조례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 혼자만 하는 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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