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오 경기본사 사회2부
【용인】용인시 고위공직자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각 부서에서 떡값과 휴가비를 챙겨 온 사실이 최근 국무총리실 감찰반에 의해 적발됐다.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 공직자는 지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국장으로 있던 하위 부서에서 50만 원과 100만 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명목은 떡값과 휴가비다. 당사자는 ‘뇌물’이 아니라 ‘마음’을 받은 것이라며 관행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음’은 누가 어떻게 모았는지,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과연 없는 것인지. 취재과정에서 충격적인 얘기를 접했다. 용인시의 ‘고위공직자 떡값·휴가비 챙기기’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돼 있다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
비단 이번에 적발된 공직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는 부서별로 이른바 ‘계비’(출장여비) 일부를 따로 모았다가 갹출해 전달한다고 한다. 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부서별로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 선에서 ‘마음’을 모은단다. 결국 시민 혈세 중 일부가 고위공직자들의 떡값과 휴가비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직원들이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출장여비 일부를 자발적으로 떼어 고위공직자의 떡값과 휴가비로 지출한 것이라면 예산이 아니라 개인 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출장여비를 모아 동료 직원의 생일날 케이크를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상납을 위해 개인에게 지급돼야 할 여비를 강제로 뺏는 범죄행위다.

옳고 그름을 떠나 차라리 이런 방식이 속 편하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있다. 원했건 아니건 부서별로 갹출한 출장여비에는 자신의 ‘마음’도 들어있기에 굳이 개인적으로 ‘마음’을 전달하지 않아도 윗사람의 눈 밖에 날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허허, 말 된다.

용인시에는 현재 서기관(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16명이다. 이들이 모두 때마다 떡값이나 휴가비를 챙겼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차제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나쁜 관행은 쓰레기통에 쑤셔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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