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재)서인천장학회 이사장

 “인천 학력을 어찌하려는가! 인천의 미래는 인천학력과 직결한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학교가 인재양성의 산실이기를 원한다. 우리 교육자들은 인천의 인재를 키워내는 보람된 스승이 되고 싶다. 인권을 빙자하여 더 이상 교육자를 모독하지마라!”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와 초·중등교육법 제32조를 읽어봐라! 학교의 교육과정은 학교공동체의 몫이고 인천의 교육과정의 운영은 인천광역시 교육감의 몫이다! 인천 교육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교육적 무지와 편견을 규탄한다.”
위 두 글은 인천시의회 18명의 시의원 명의로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 선택권 및 자녀교육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며 학생의 정규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자 학습 선택권 조례는 교권침해라며 인천지역 교장협의회에서 규탄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러는가? 교육은 백년대계를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정치인들이나 공직자가 인기를 위해 가볍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인천·서울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무슨 유행처럼 앞다퉈 학생인권에 대한 조례(안)을 발표하고 있다. 혹시 어린 학생들에게 선심을 베풀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동안 복장자율화나 두발자율화를 하지 않아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침해받았는지 알 수 없으나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복장 자율화. 두발자율화. 교내집회자유 등을 담은 ‘서울학생 인권조례’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의 구속으로 조례가 발의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생은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에 대해 자율적 선택권을 갖도록 하고’ ‘학교는 학생에게 정규 교육과정 외 학습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학습 선택권 침해에 관한 상담과 학습 선택권 침해 구제신청에 대한 조사 및 직권조사와 학습 선택권 침해에 대한 시정 및 조치를 할 수 있는 보호관을 인천시의회가 추천한 2명을 교육감이 임명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를 발의해 놓고 있다.

한마디로 정규수업이 끝나면 공부하기 싫은 학생은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논리다. 오죽하면 각 학교에서는 학습 선택권 조례는 교권침해라며 교장단협의회에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각 학교 운영위원회 모임에서는 ‘정규학습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사항은 각 학교별로 구성돼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돼 있다’며 학생이 학습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의 조례(안)을 인천시의회가 발의한 것은 학교 운영에 관한 권한 침해와 법질서를 훼손함은 물론 상위법에 저촉되는 일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서겠는가? 이 반대논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학교를 믿고 보냈으면 학교가 하는 일을 도와줘야 한다. 배우지 않고 남보다 많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다. 학생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누구보다 더 상세히 알고 있는 선생님들을 믿어보자.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교가 인재양성의 산실이라는 것을 모르고 조례안을 발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과외나 사설 학원을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의 성적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그런 의원들이 아닐 것으로 본다. 교육은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학생의 발달 과업 측면에서 지식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식을 얻기 위한 수업을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다고 부모들이 그냥 모른 체 할 것으로 보는가?
정규교육 외 학습이 학교에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모들은 과외나 학원 또는 독서실로 학생들을 내몰 것이다. 이러다 보면 사교육으로 인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은 불보듯 훤한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인천이 전국교육평가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 정규교육시간 외 학습까지 학생들에게 수업선택권을 준다면 인천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혹시 앞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 지식이 없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