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이달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연령이 되면 생산성을 감안해 임금을 줄이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정부는 물론, 정당과 여러 기업체에서 적극 검토돼온 사안이고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이를 도입하려다 노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임금수준을 떨어뜨리고 고용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조측의 반대 이유였다. 그만큼 이 제도는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신보는 만 58세 정년을 유지하되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퇴직 때까지 3년간은 임금을 가장 많이 받는 만 54세때의 75%, 55%, 35%로 연차적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신보는 또 만 55세가 되면 보직을 일반직에서 별정직으로 전환, 업무강도가 약한 채권추심, 소액소송, 경영컨설팅 등을 맡길 계획이다. 현재 이 업무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신보 출신 직원들이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수행할 경우 훨씬 성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우선 정년단축과 조기퇴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막대한 교육비를 들여 양성한 다양한 경험을 지닌 장년층을 조기에 실업자로 내몬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회사의 경영난을 덜어준다는 이점이 있기는 하나 사회전체적인 측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득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 더구나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장년층 실업증가는 젊은층의 부양부담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건강 호조로 환갑잔치를 칠순잔치로 대체해 가는 고령사회에서는 노년층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 오히려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실정이다. 스스로 열심히 일하겠다면 일하도록 해야지 노령층을 복지정책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이런 점에서 신보가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도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이 제도가 각 직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돼 임금수준을 하락시키는 편법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될 것이며 적용대상의 연령기준도 직종별 직급별로 달라야 할 것이다. 현재도 대학교수 정년은 65세로 돼있는 반면, 어떤 업종은 40세로 되어 있는 등 많은 차이가 있는 것도 직종, 직급별로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연령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보가 실시하기로 한 국내 첫 임금피크제가 50대의 강제 조기퇴직 속출을 막는데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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