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들이 불러만 준다면 출연할 겁니다. 한국이 정말 좋고 편해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만 문제니까 내가 한국말을 배우면 될 것 같네요(웃음)."
    칸ㆍ베를린ㆍ베니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7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한국 감독들을 여럿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6일 개막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새 영화 '마이 리틀 프린세스' 를 들고 참석, 다시금 한국에 대한 애착을 보여줬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 부산영화제 참석은 99년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지난 5월 자신을 주제로 한 사진전 초청으로, 7월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출연을 위해 방한, 2주일여간 한국에 머무르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만들었다.

    "원래 홍상수 감독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더 존경하게 됐어요. 그는 크고 중후한 감독이고 어떻게 보면 아주 미스테리한 사람이기도 하고 영리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사진전에 왔을 때 홍 감독이 전시회에 와서 출연을 제의했어요. 영화의 배경을 먼저 생각하고 그 속에 나를 넣기로 했다는 작업 방식이 너무나 독특해서 단번에 매료됐습니다."
    위페르는 "홍 감독과 다른 감독들과의 차이라면 보통 감독들은 차기작이 뭐냐, 다음에 뭘 할거냐고 물어보면 대답하는데, 홍 감독은 그런 질문을 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점"이라며 "그의 연출은 시적이면서 섬세하고, 즉흥 연기를 요구하는 것  역시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한 작업 속에서 우연을 포함시키는 방식"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촬영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감독과 스태프들이 친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아주 즐겁게 촬영했고 오히려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답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프랑스에 알려진 유명한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이 댔다.

    "프랑스 영화와 한국 영화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을 '한국의 에릭 로메르'라고 많이들 얘기하고 '카이에 뒤 시네마'(프랑스의 유명한 영화 전문지)는 홍 감독을 '한국의 루이스 뷔니엘'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나도  한국영화와 가까이 있는 느낌이 있어요. 임상수,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홍 감독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아주 좋아해요. 한국영화에서 프랑스가 새로운 영화의 언어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위페르는 좋아하는 한국영화를 여러 편 꼽기도 했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과 '올드보이' '박쥐'를 좋아해요. 특히 '박쥐'는 내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을 때 봤죠. 초기에 봤던 것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였는데,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하고 익숙한 기분이 들어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많이 다르긴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도 좋아하고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은 장르영화인데, 인상깊게  봤어요. 김지운 감독 영화는 홍 감독의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이 DVD를 갖다줘서 여러개 보게 됐죠. 이창동 감독의 '밀양'도 좋아하는데, 매우 깊고 섬세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홍 감독 외에도 이런 한국 감독들이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면, 또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당연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는 한국 배우들에 대해서도 "문소리, 정유미, 윤여정, 유준상과 함께  촬영했는데, 같이 일하는 게 무척 좋았고 나를 환영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며 "다들 연기도 잘하는 좋은 배우들"이라고 평했다.

    위페르는 부산영화제에 대해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영화제로 알려져 있고 아시아 영화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영화들을 볼 수 있어 아시아와 세계가 만나는 장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첫 방문했을 때와 올해 영화제에서 느낀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영화제가 훨씬 커졌고 '영화의전당'으로 이전했는데 아주 멋진 장소인 것 같다"며 "다만 예전엔 해운대 해변을 따라 포장마차들의 불빛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지금은 없어져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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