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사람이 58년이 지나 오빠가 6·25전쟁 때 전사해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가보훈처에 전사자 보상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예우 법(法)을 적용,  수혜자가 아니지만 5천 원을 지급해다고 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법이 그렇다면 법대로 해서 한 푼도 주지 말든지, 보상법이 잘못됐으면 법을 고쳐서라도 현실에 맞게 보상을 해주도록 공무원이 노력을 해야지, 현실을 무시한 채 규정이나 따지고 앉아 엿 먹어라 하는 식으로 5천 원을 공탁한 것이 아닌가 해 많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보훈처나 국방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더니 늦게나마 정부가 현실적으로 재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장장 6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사실이 세상에 밝혀지고 이제 와서 잘못된 법을 손질하겠다고 한다. 이래서 공무원들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법 제정이 오래돼 현실과 맞지 않으면 고칠 줄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 공무원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문제는 누가 보상을 받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가치를 먼저 생각해 줬어야 옳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라를 맨주먹으로, 육탄으로, 적의 탱크를 향해 몸을 던져 전사한 용사들과 함께 싸우다 살아난 6·25참전용사 그 분들의 몸은 지금 늙어 아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분들에게 국가는 월 12만 원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보훈정책이다.

자유당 시절에는 부족한 국가예산을 그나마 미국의 무상원조로 운영했으니 여유가 없었을 것이고. 5공 시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수출입국이 되면서. 지금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상회하는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한민국을 세계에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이제 나라를 위해 전사한 사람이나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에게 국민적 보훈의 기틀을 만들어 줘야할 것이다. 보상금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받도록 하고. 보상기준이 현재의 화폐가치로 기준이 모호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번 전사자 보상 문제가 불거지자 여기저기서 5·18 광주항쟁이 민주화운동이냐, 반국가활동이냐에 대한 양비론으로 인터넷 토론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5·18을 민주화운동이냐, 반국가 활동으로 볼 것이냐를 논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한마디로 5·18 희생자에게는 훈장과 보상금으로 수천만 원씩 주면서 6·25전쟁 때 나라를 지키려고 인민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의 몸값을 5천 원 지급하는 나라가 정신이 있는 나라인가를 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못된 짓을 하니까 국민들이 군에 가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러면서 어떻게 국방의무를 하라고 하는가. 국민들의 분노와 6·25 참전용사들의 울분을 정부가 못 듣고 못들은 채 그냥 우물우물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죽하면 나이 80이 넘은 6·25 참전용사가 “국가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게 만든 더러운 법이다.” “이런 법은 악법 중에 최악의 악법이다. 피가 거꾸로 선다.” “6·25 전사자 보상금이 5천 원이라는 소식에 경악과 분노가 일어난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흥분을 달래고 있겠는가. 법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가치가 압축돼야 한다. 옥석이 분명하지 않은 법은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 넝마에 불과할 뿐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자신들의 영화보다 잘못된 법을 바로잡아 다시는 전사자 보상 문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 입으로만 복지논쟁하지 말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명예롭고 떳떳하게 생각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 달라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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