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2부 최제영

 【의왕】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의왕시청 앞에는 사람 사는 주택이나 상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마치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하듯 논과 밭, 각종 야채가 숨어 있는 비닐하우스가 듬성듬성 한눈에 들어올 뿐이다. 일반적으로 관공서 앞에 늘어선 식당과 술집 등을 상상하면 영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람 사는 얘기, 자연이 숨쉬는 소리, 한껏 지친 시민이 잠시 쉴 수 있는 사랑방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 자락으로 넘어 가던 지난 10일 오전 11시. 시청 왼쪽 오봉산 입구에 40~50대 산악자전거 동호인 남녀 30여 명이 단풍으로 물든 오봉산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들은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자전거를 땅바닥에 눕힌 뒤,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 듯 벤치에 앉아 가을을 노래했다.

수원에서 여의도를 왕래한다는 이들은 “중간 기착지로 의왕시청을 꼭 경유한다”며 “이곳이야말로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향기나는 관공서”라고 입을 모았다.

같은 시각, 시청 약수터에도 30~70대에 이르는 사람들이 약수를 뜨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맛 좋다고 소문난 탓인지 약수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민원실 바로 앞에 있는 정자 쉼터에도 인근 시민들이 자주 찾아와 휴식을 취하는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벚꽃에, 여름은 서늘한 바람에, 가을은 오색 단풍으로 시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약수터에서 만난 시민들은 “조만간 의왕시가 안양시에 편입될 수 있다는 얘기가 빠르게 돌고 있다”며 “한편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체된다”고 술렁이기도 했다.

“안양시에 편입되더라도 그것은 행정구역 통합일 뿐, 이토록 아름다운 의왕시청 자리는 영원히 남아 있겠죠.”
식당이 없어도, 상가가 없어도 논과 밭, 산과 물, 깨끗한 공기가 있어 좋다고 자랑하는 사람, 사람, 사람들….
가는 가을과 함께 그들의 얼굴에 희망과 여유, 한편으로 느껴져 오는 스산한 표정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왠지 성숙한 시민의 뒷자락에 아주 작게 느껴지는 의왕시 건물이 기자의 눈에 들어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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