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의 역사를 맞는 대한적십자사의 뿌리를 찾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지역사회 곳곳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는 일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황규철(58)제13대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은 공식 취임 나흘 뒤 본보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 인천토박이로 적십자 기본정신에 남달리 열성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이기에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겪고 있는 근래의 위기를 그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한 세기를 흘러 대한민국 국제구호 역사의 새로운 일장을 써 내려가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구호활동은 물론 사회봉사·지역보건·안전교육 등 우리 사회 어두운 곳곳을 밝히고 있는 곳이지만 인도·공평·중립·자발적 봉사 등의 기본정신을 지켜 가기가 녹록지 않다.

뚜렷한 법적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여전히 연말이면 시민을 대상으로 적십자회비를 거두는 일에 고심해야 하는 형편.
정부가 대한적십자사의 이름을 빌려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해도 보수단체와 대북지원 반대론자 등에 의해 ‘북한 군사정권’에 국민 혈세를 퍼나르는 기관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구호단체라는 명분 때문에 정부를 대신해 남북교류협력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엉뚱하게도 비난의 화살을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운명이다.

대한적십자사의 이 같은 처지는 비단 중앙본부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자리한 지사라 해도 다를 바 없다.

어려운 이웃에게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해 지어진 적십자병원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돈 없는 서민이 찾는 낡고 허름한 병원’으로 전락해 버렸다.

실상 최근에는 신분이 뚜렷하지 않은 수많은 봉사단체가 난립, 구호활동과 사회봉사 등 적십자 본연의 업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인천지사 제 위치 정립에 심혈 경주
이 같은 현실 탓에 황 회장은 자신의 의욕을 앞세워 단숨에 커다란 성과를 내보이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실의에 빠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당장 조직의 뿌리부터 다시 찾겠다는 의지다.

이 일의 시작 역시 이제 갓 적십자사에 발을 들여놓은 일반사원부터 지사의 출범과 함께 오늘을 지켜 온 고위직 임직원까지 모든 구성원들을 일일이 만나는 것부터 풀어가겠다는 신념이다.

특히 황 회장은 평소 서민적이고 소탕한 자신의 성격을 과감히 발휘하겠다는 각오도 비친다.

막걸리 한 사발과 파전 한 장만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는 그렇게 적십자사 인천지사의 소중한 일꾼들과 소통을 나누겠다는 소신을 전한다.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 황 회장은 “남에게 봉사하고 배려하는 자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힘든 시기일수록 한 번 더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지역사회 원로들께는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지라 더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한다”며 “값진 자리인 만큼 모든 역량을 끌어올려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현재 대한건설협회 인천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건설인이기도 하다. 이미 6년간 2대에 걸쳐 협회를 맡아 이끌다 보니 지역사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낯익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의 이번 행보에 우려와 관심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현재 자신의 한마디, 걸음걸이 하나에 신중을 기한다.

황 회장은 “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께 모두 정리가 될 것”이라며 “6년간 헌신해 온 조직이었기에 애정이 많은 만큼 마무리 역시 잘 치르겠다”고 했다.

 # 지역사회 위한 기부와 봉사에 선두

   
 
무엇보다 황 회장은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와 사회봉사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다.

앞서 건설협회 인천시회를 이끌면서 그는 ‘문화가 있는 건설인천’이라는 기치로 크고 작은 음악회는 물론 저소득층 출산돕기를 위한 난임후원사업과 사랑의 연탄나눔사업 등에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그 같은 사회환원 덕분에 지난해 전국의 건설협회에서는 유일하게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황 회장은 “대한적십자사의 구호와 봉사활동은 건설협회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진정한 봉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집중호우와 연평도 포격사태 등 지역의 크고 작은 재해 때마다 적십자봉사원과 RCY단원 등 우리 적십자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며 “1만5천여 명의 사회봉사 일꾼이 있는 조직, 적십자사의 제 위치를 찾고 새로운 전환을 맞기 위해 감동을 주는 봉사부터 내 몸을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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