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수많은 사건 사고로 얼룩지고 멍들었던 2011년 월력이 이제 한 장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한미 FTA 비준 문제로 국회의사당에서 욕설과 함께 최루탄을 터트리고, 한쪽에서는 연일 촛불시위와 투쟁으로 길거리 정치행태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사당은 국가기강과 질서유지를 국민들이 지키라고 법을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조차 법을 지키지 않고 난동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흉기로 기물을 파손하더니 최루탄까지 터트리고 있다. 국회가 이 지경이니 시위를 단속하는 경찰서장이 매를 맞는 일이 일어나고 공권력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새해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치판은 타협도 모르고 국민들이 외면하는 답답한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 정당이 손해를 보느냐, 이익을 보느냐에 너무 집착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물론 이해가 대립되면 싸우기 마련이지만 자기 주장만 고집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정말 짜증난다. 어느 쪽이 얼마나 손해보느냐, 이익을 보느냐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정치 감각이 둔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판을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제 그만하면 되겠다고 생각되는 데도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들 주장만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야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지금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빚 때문에 파산위기에 몰려 있고 서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연말이 다가오자 자금 압박에 시달려 죽고 싶다며 울부짖고 있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생존문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당리당략으로 정당 간 싸움도 모자라 집안끼리 싸움질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5개월여 후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돌아오는 선거야말로 21세기를 새롭게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침체된 경제위기로부터의 탈출과 지방자치의 구축은 물론 어떠한 방식으로 언제 해결할지 모를 통일에 대한 준비 등 중차대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적·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려면 이해관계가 다른 수많은 집단과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그런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헐뜯고 싸움질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것은 해마다 어김없이 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한 많은 여성단체가 김장김치를 담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동네골목을 주민자치위원들이 청소해주고, 또 자율방범대원들이 어둡고 추운 밤길을 지키며 순찰활동을 하고, 모범운전자들이 아침 일찍 교통정리를 위해 도로 한복판에서 하얀 입김 내뿜으며 교통질서를 위해 열심히 봉사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엄청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은 싸움질이나 하지만 이들은 봉사활동의 대가를 원하지 않으며 누가 봉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몸으로 진정한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 단체 말고도 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가 많이 있다. 그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몸으로 봉사는 하지 않지만 불우이웃을 돕는다거나 인재양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돈을 지원해주는 보이지 않는 작은 봉사활동이 사회를 이만큼 지탱해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정치를 잘 해서가 아니라 욕심 없이 성실히 살아가려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남에게 이익을 주고 싶어 하는 빛과 소금 같은 사회봉사자가 있기 때문에 사회가 그나마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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