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공사기간에 군사적 안전을 위한 남북한 비무장지대 군사보장 합의서가 발효됨에 따라 비무장지대에 가로질러 있던 빗장이 반세기만에 열렸다. 금단의 땅에 공영과 공존을 위한 첫 발자국을 찍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 1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7차 군사실무회담을 갖고 이준 국방부 장관과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서명한 군사보장 합의서의 교환을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18일 한반도 동서부 양쪽에서는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가졌다. 이날 경의선 최북단 도라산역에서는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제2통문을 여는 개문식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는 우렁찬 발파의 동음이 울려 퍼졌다. 북쪽에서도 개성시 봉동역 부근 철책과 금강산 온정리 금강산청년역이나 그 인근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올 안으로 금강산 관광용 임시도로와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고 내년 3월께 경의선 도로, 9월께 동해선 철도 도로까지 이어지면 남북 사이에는 모두 5개의 통행로가 열리게 된다. 한반도 남쪽 지역을 마치 성처럼 만들어 놓았던 분단의 장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경의선 연결은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 합의됐다. 동해선은 지난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제의해 이뤄졌다. 남북의 최고 책임자 사이에서 합의를 본 사업이 그동안 지지부진해진 이유는 군사분야의 협의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리고 비무장지대 공사를 뒷받침할 군사보장조치 합의문이 타결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남북은 19일부터 각각 비무장지대 자기측 지역의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하고 작업과 관련해 수시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전화 통지문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비무장지대 개방에는 유엔군사령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군의 협조는 곧 미국 정부의 협조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평소 말해온 대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비무장 지대를 가로지르는 교류협력사업을 적극 도와야 마땅하다. 철도, 도로연결 비무장지대 개방을 계기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미국 등 주변국가들이 할 일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일대 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팎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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