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할 필요도 없고 곧 무대에서 퇴장할 분이므로 투표하는 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노친네들 투표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참 힘들다, 그래서 부모님들 투표 하루 전 온천 예약 해드렸다고 하자 “진짜효자”라고 답했다.

왜. 선거 때만 되면 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가? 노인들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말한 사람은 현직 국회의원이고, 진짜효자라고 말한 사람은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사람이다. 노인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젊은이들이 나이든 노인네라 욕하며 냄새 난다며 멀리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묵살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는 노인들은 지난날 젊은 청춘과 일생을 배고품에 찌들어 밥을 먹여준다면 무엇이든 일을 하며 나라를 지켜온 분들이다. 그뿐이 아니라 이분들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김일성이 소련의 탱크를 앞세워 우리나라로 밀고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으며. 월남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담보로 외화를 벌어들였고. 40도가 넘는 태양 아래 숨쉬기조차 힘든 지하광산에서 몸 망가지는 줄 모르고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경제부흥을 일으킨 세대들이다. 그리고 지금 할머니 세대는 20여 세의 어린 나이에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피범벅이 되어 죽은 시체를 깨끗이 닦고 또 닦으면서 눈물 나고 힘든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꽃다운 젊은 시절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이다.

이러한 노인들의 희생은 나라 없는 설음과 배고픔의 고통을 알기에 젊은 나이에 기꺼이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왔던 것이다. 이분들이 이렇게 살다보니 어느덧 노인으로 변한 것이다. 이같이 훌륭한 분들에게 국회의원이라는 사람과 대학교 교수라는 사람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겨우 선거 때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고 노인을 비하하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나라다. 생각에는 차이가 있고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말을 한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의 생각이 아무리 옳고 정당하다고 해도 노인들이 들어 섭섭한 말을 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나라 노인세대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국회의원 또는 대학교수가 어떻게 자기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지 생각해봐라. 노인들 투표하지 말라고 말한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에게 말한다. ‘당신들이 폄하한 노인세대도 당신들과 똑같은 젊은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신들과 같이 패륜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이제 머지않아 당신들도 힘없고 노쇠한 삶을 살 것이다. 인생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젊음의 순간은 뒤돌아보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고 듣는 사람 생각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인세대가 당신들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싫어해서야 되겠는가? 이렇게 답답해 보이는 노인들의 모습이 미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노인들을 국가미래를 결정하는 데 필요 없는 사람으로 폄하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오늘의 노인세대는 존경받고 대접받으며 살아야 한다. 이분들은 어디로 보나 과도기적으로 불행한 세대가 틀림없다. 경제적으로 빈궁한 시절에 경제성장을 위한 주역으로 많은 희생을 해온 노인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나이든 노인네라 욕하고, 냄새 난다 멀리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묵살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는 행동이나 노인을 무시하는 막말을 해서는 안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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