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기쁜 마음으로 기분좋게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사회가 시끄럽고 혼란스러운가. 최고 권력자의 사촌처남과 6선의 실세 국회의원 보좌관이 수억 원의 뇌물수수로 구속되고, 부정부패를 단속해야 할 검사가 변호사한테서 외제차량과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했다고 변호사와 함께 구속됐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또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잘 가꾸고 보전해야 할 민심수렴의 장인 신성한 국회 의사당은 최루탄이 터지는 저질폭력의 장(場)으로 변하고, 불법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시위현장을 찾은 경찰서장이 시위대로부터 뭇매를 맞고,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된 사항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인들은 촛불을 들고 길거리 정치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한미 FTA 비준안을 놓고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으로 주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어느 부장판사의 발언을 문제삼아 보수단체들이 주축이 돼 문제를 일으킨 부장판사의 작태를 좌시할 수 없다며 해당 판사들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규탄집회가 인천법원 앞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입만 열면 국익과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떠들어대던 정치인들은 각 정당마다 지분싸움, 공천싸움까지 섞여 이합집산 아귀다툼을 벌이느라 국회법에 정해져 있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기고 있다. 한마디로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과 개인 영달을 위한 정치에 올인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심한 모습은 이것뿐이 아니다. 당내 계파 간의 갈등으로 하루아침에 정당 대표가 물러나는 정당이 있는가하면, 당의 최대축제로 치러져야 할 전당대회장이 당원들의 세력다툼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렇게 실망을 안겨주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정치인들의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 실현은 다수에 대한 승복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소수의 입장을 반영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회의에서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된 사항을 숫자의 놀음이라고 부정하고 소수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비난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일삼으며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를 앞장서서 하고 있다. 이제 정치가 제자리로 돌아와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가 똑바로 서야 나라도 똑바로 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감동은커녕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지 오래 됐다.
하기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곳이 어디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판 뿐인가? 정부 역시 올바른 정책을 수용하지 못하고 갈지자 행보로 왔다갔다 하면서 공권력마저 행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니 경제회복을 갈망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정부가 불신을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법질서가 확립돼야 안정적인 산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고 사회가 안정돼야 기업의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도 활성화돼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하는 판사까지 정치적 논쟁에 끼어들어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사회는 정치권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졌고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여기저기서 불법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권력을 바로 세우지 않고 이대로는 내년 선거에서 어느 정당 누가 집권한들 무슨 힘으로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걱정된다. “민심은 천심이고 정치를 하려는 자는 민심을 두려워하라.” 민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민심을 따르면 실패하지 않고, 민심을 생각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정치인들은 지나가는 소리로 들어서는 안 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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