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우리 민족은 유난히 태어난 고향에 대해 애향심이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나 정치판에서는 지연·학연·혈연으로 정실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것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또다시 선거 때가 가까워오자 정치꾼들이 지역감정을 내세워 편가르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되면서 각 도시마다 인구가 밀집해 있다. 그러다 보니 살고 있는 그 도시에 고향을 둔 토박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몸은 이곳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고향에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크게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살다보면 그들의 생계수단이 지금 살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나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뼈를 묻게 될 것이 확실한데도 이 지역발전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어느 지역이나 막론하고 그 지역사회는 계층 간, 개인 간 많은 인식차이가 너무 크거나 또는 공감하면서도 참여하지 않는 방관주의자와 무조건 비판하며 흘려버리는 냉소주의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천시 서구 같은 경우는 20년 전 정부정책에 따라 2016년까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일부지역 각종 환경폐기물 쓰레기를 버리는 세계 최대의 수도권쓰레기매립장으로 지정되었고. 하루 평균 1천 대 이상의 쓰레기차량이 각종환경 공해를 일으키며 드나들고 있다. 그뿐이 아니라 쓰레기매립장에서는 심한 악취를 내뿜어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나 서울시는 2016년까지 약속된 쓰레기매립기간을 무시하고 2044년까지 기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서구 주민들이 매립기간 연장 반대를 위해 환경부장관과 인천시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고 궐기대회를 통해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서구 주민들에게 보낸 환경부장관의 답변은 매립기간 연장은 공유수면매립 승인권한을 가진 인천시장이 서울시장 그리고 경기도지사와 협의 처리할 사항이라는 답변을 보내왔고, 이에 인천시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2016년 이후는 수도권쓰레기가 서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간연장에 따른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위해서 바쁜 일 뒤로 미루고 시위현장에서는 목이 터져라 반대구호를 외치면서 고생했다. 그때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는 냉소주의자들이 있었다. 분명 이들은 서구에 생활기반을 갖고 있지만 지역의 현안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이 선거철만 되면 지역발전에 관심을 나타내는 척하면서 고향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은 분명히 그들에게는 서구가 생활터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역현안사항에 대한 관심보다는 고향사람을 정치판으로 내모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나마 선거로 인해 지역발전에 관심을 가져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부터는 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을 가져보자. 그리고 여기가 나와 내 가족이 생활을 보장받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사랑하는 노력이 하나로 모아질 때 서구는 다른 지역에서 이뤄내지 못한 훌륭한 지방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과거에 가졌던 구습과 지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 살고 있는 서구지역발전을 위해 한 차원 높은 신세대의 사고(思考)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서구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곳이다. 그렇다고 태어난 고향을 잊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고향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현재 살고 있는 지역도 함께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데 동참하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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