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을 시작으로 경기남부 최대의 수부도시인 수원 유통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는 국내 3대 유통대기업인 롯데의 진출이 초입기로, 수원 유통시장 진입과 더불어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경기남부의 중심인 수원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광교신도시 입주와 한미 FTA 체결 이후 도내 내수시장이 활기를 띤 만큼 수원 유통시장으로 향한 자본 유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 공룡유통업체의 ‘공습경보’

   
 

국내 최다 백화점 수와 유통채널을 가진 롯데가 지난 2008년 수원 진출 계획 이후 지역 유통가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지역 소비자들 역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롯데는 수원역 서편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296의 3 일대 27만741㎡의 부지에 상업·업무 복합단지를 2012년 12월~2013년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3개의 광장이 조성, 수원역 2층 대합실과 연결되는 서부 출입구에 입체형 근린광장이 들어서고 1층에는 대중교통 환승시설, 지하에는 주차장이 건설된다.
앞서 롯데는 KCC로부터 2007년 이 부지(KCC공장부지)를 롯데자산개발㈜과 30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롯데쇼핑몰단지로 개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롯데는 KCC 부지 27만㎡ 가운데 4만4천㎡ 부지에 롯데쇼핑단지를 건설,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총면적 21만3천617㎡)에 롯데백화점(4만7천693㎡)을 비롯해 마트, 명품 아웃렛,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 개발계획 지연으로 ‘올 스톱’
하지만 롯데의 ‘수원상륙작전’은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교통문제가 시와 업체, 업체와 업체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면서 롯데 쇼핑타운 개발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AK역사 남쪽에 위치한 고가도로(과선교)와 우회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 이 지역은 수원시내 최악의 교통대란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수원역 개발에다 호매실동 등 서수원 일대 개발수요까지 겹치면서 추가 교통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원역이 현재보다 더한 교통대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수원시는 2010년 8월 역세권 개발에 앞서 KCC, 롯데쇼핑, 수원AK역사가 공동으로 교통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업체 상호 간 이해관계로 인해 협의에 난항을 겪은 가운데 최근 수원시가 수원역세권 교통개선대책에 필요한 교통개선비용의 50%를 재정으로 부담하는 쪽으로 업체들에게 제안했지만 해당 업체 간 이해관계가 달라 협의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업계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쉽게 결정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지역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상호 간 양보와 타협만이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롯데 쇼핑타운은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총면적 21만3천617㎡)에 롯데백화점(4만7천693㎡)을 비롯해 마트, 명품 아웃렛,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특히 쇼핑타운을 찾은 고객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쇼핑과 업

   
 
무, 레저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꾸몄다.
원스톱 서비스가 기존의 쇼핑몰 위주가 아닌, 시민들의 교육·문화·웰빙시설과 함께 개발될 것으로 보여 경기남부권을 비롯해 경기북부 수요까지 유입되는 고객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명품 아웃렛 개념의 의류 중심 시설이 주된 소비시장을 구축할 예정이어서 경기남부권 유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경기동·북부 지역에 여주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과 파주 신세계 아울렛이 있지만, 이번 롯데 쇼핑타운의 진출로 인해 남부지역에 첫 명품 아웃렛 매장이 들어서게 되는 상황에서 수원의 기존 2대 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AK백화점)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기존의 명품 소비자가 이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수원점의 올해 마케팅 전략에서는 신규 명품 브랜드 입점을 통한 명품관 보강에 무게가 실렸다. 이미 여러 명품 브랜드와의 접촉을 통해 고급 명품 브랜드를 곧 입점할 계획이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게 되면 기존 버버리·마이클 코어스·몽블랑·태그호이어 등 명품 브랜드의 구색을 맞출 수 있어 명실공히 지역 명품관으로서의 선두주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FTA 발효로 인해 유럽과 미국 명품 브랜드 상품에 대한 관세도 사라져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는 만큼 명품시장의 저변도 확대돼 명품관에 대한 경기남부권 소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원 상권의 심장부인 인계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수원점(1995년 8월 오픈)은 연매출에서도 2천500억 원대를 뛰어넘는 수원 최초의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올 한 해에도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수원AK역사점(2003년 2월 오픈)도 지난해 9년 만에 매출이 4천200억 원을 넘기는 경사를 맞았다. 2003년 개점과 함께 2천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역 소비시장의 불황 속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백화점 전 층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 변경 효과 덕에 매출 상승이 두드러졌다. 올해 역시 주요 매장의 신규브랜드 및 명품브랜드에 대한 구조 변경에 나설 계획이어서 고객들의 연관구매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수원AK역사점은 또 향후 롯데 아웃렛 등 새롭게 도입되는 유통시장에 대비, 고급화 전략과 신상품 공급 방안을 내놓고 있다. 또 복잡한 주차시스템 역시 스마트 주차시스템 도입(차량번호 인식, 주차공간 확보)으로 입출차가 한층 원활해졌으며, 바닥마감공사를 통해 쾌적한 주차환경이 조성되면서 고객들이 편리한 입·출차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문화홀, 갤러리, 스킨케어룸 등 고객 라이프 퀄리티 증진을 위한 공간들도 새로 마련될 예정이다.

# 경기남부권 유통의 중심단지 ‘수원’
수원·오산·화성 통합론, 광교신도시·수원 재개발, KTX 통과 등 수원으로 향하는 수요는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광교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광교 신규 입주 3만1천여 가구와 수지 상현·성복지구 기존 7천여 가구뿐만 아니라 수원·오산·화성 통합론으로 인한 450여만 인구, 2016년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및 법조타운 완공에 따른 풍부한 유동인구의 유입으로 수원 유통가로 향하는 수요는 1천만여 명으로 추정될 것이라고 유통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수원지역 유통 패턴에서는 수요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수원에서는 이미 수원역을 중심으로 지역의 패션상가와 스트리트형 유통상점이 얼굴을 내민 지도 오래지만 시장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상권을 형성하기도 전에 일부 대형 유통점은 소유주가 바뀌었으며 중심권 상가에서도 수년간 빌딩 공간을 비운 채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기 때문.
수원 상권의 경우 현재까지 불균형적인 소비행태를 보여 왔던 만큼 유통시장의 질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원은 인구만 해도 110만의 거대 도시”라며 “하지만 인구밀도에 비해 시장의 규모나 매출이 너무 적다. 체계적인 유통시스템 구축과 소비자가 원하는 소비패턴 파악으로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소비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대형 유통가와 중소상인의 바람은 ‘상생’
수원지역 유통가의 바람은 다름아닌 상생에 초점이 맞춰 있다. 수원은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 가장 큰 규모(인구, 인프라)를 자랑한다. 경기남부를 넘어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중심에 위치한 만큼 유통·물류의 중심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체 유통시장이 건전해야 된다는 게 지역 유통업계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재 갤러리아·AK·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포화상태인 가운데 롯데 쇼핑타운까지 입점하게 될 경우 ‘공급 과잉’과 ‘시장 나눠 먹기’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미 고사 위기에 놓인 재래시장과 소규모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에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5월 수원역에서는 수원역세권 상권활성화구역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규탄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추진위는 역전시장과 매산시장, 매산로테마거리, 수원역지하상가 등 4개 상인회(점포 700곳, 종사자 864명)로 구성됐다.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갤러리아·AK 등 대형 유통업체로 인해 중소상인은 이미 고사 위기인데, 그것도 모자라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이제는 장사를 접어야 될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설명하며, “기존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고 대형 유통점과 중소상인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상생할 수 있는 상권 활성화사업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내 한 유통전문가도 “지역 중소상인 업계와 대형 유통업계의 상호 협력만이 공생할 수 있다”며 “전통시장 등 영세 시장과 상호 연계되지 않는 대기업 위주가 아닌, 함께 유통시장을 만들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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