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경부가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대폭 완화하기 위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곧 입법 예고한다는 소식은 이해가 안간다. 그동안 환경부는 수차에 걸쳐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대책까지 내놓았고 미세먼지 등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꼽아왔다. 그런 환경부가 갑작스레 왜 이런 발상을 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보도 내용대로 수도권의 하늘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미세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일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원으로 가득차 살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환경부가 밝힌 자료를 보면 지난 2000년에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질환으로 죽은 사람이 서울만해도 1천940명에 달했고 대기오염에 의한 사회비용도 전국적으로는 4조원이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 왜 갑자기 경유차에 관해서 관대해졌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하긴 정부의 대기오염 배출허용기준 강화에도 수도권 대기오염은 계속 악화된 것은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는 수도권의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가 늘어나는 자동차와 이에 소비되는 에너지소비량이 날로 급증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유차는 오존을 촉발하는 질소산화물(NOX)로 휘발유차에 비해 훨씬 많이 배출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니 분명하다.

그동안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에서 향후 10개년 계획마저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디 이뿐인가.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새로워지고 환경을 파괴하는 물품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 경유차로 인해 친환경정책에 제동이 걸린다면 이는 그동안의 노력은 한마디로 물거품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내세운 배출완화기준은 유럽연합이 내년부터 시행하는 `유로4' 기준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요구하는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불합리한 현행 경유가격정책에 배출기준까지 완화된다면 국내 소비자 누가 휘발유차를 타고 다니겠는가 하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의 유럽수출을 위한다고 해도 수도권의 대기오염 개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환경부는 한번쯤 따져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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