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동시에 김정은 후계 체제가 본격화되자 당분간 남북관계가 급랭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대외 개방정책으로 국제 외교를 펼쳤던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감안, 김정은 체제 아래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개방정책이 유지된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 맞춰 인천시 역시 위기가 될 수도 있을 남북화해협력사업에 뚝심을 지켜가겠다는 전략이다. 지속적인 남북화해협력만이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여 줄 유일한 해법이라는 역사적 사명과 이를 통해 통일시기 인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보다 섬세하면서도 냉철하게 남북화해협력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중이다.

이를 반영하듯 송 시장은 최근 본보와 가진 신년인터뷰를 통해서도 남북화해협력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5·24(남북협력사업중단)’ 조치에도 불구, 연평도·백령도 등 서해5도 남북 접경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해 남북화해협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인천시.

   
 
민선5기 인천시정이 주목하고 있는 올 한 해 남북화해협력사업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 북한을 저버릴 수 없는 인천, 남북화해협력에 승부수를 던지다
시가 북에 건넨 도움의 손길은 남북화해협력이 본격화됐던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됐다. 남과 북의 평화통일이라는 대전제에 맞춰 진행된 시의 교류협력은 ‘6·15남북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봇물을 이룬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10·4남북정상선언’의 정책 기조에 맞춰 다양한 남북화해협력사업이 시도됐다. 기아에 허덕이는 북의 영·유아를 위해 옥수수와 분유를 지원했으며, 평양의 치과병원을 짓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남북 친선축구 등 스포츠 교류는 물론이고 인천 기업의 개성공단 진출사업에도 끊임없는 지원사격을 펼쳤다.

특히 시는 2005년 ‘남북교류협력조례’를 제정한 뒤 지난해까지 해마다 10억~40억 원씩 모두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대북사업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시의 남북협력사업도 조금씩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 피폭과 연평도 포격은 시의 입장을 더 난처하게 만들었다.

   
 

북쪽을 향해 굳게 닫힌 정부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으며, 대다수 지자체들은 숨죽이듯 정부의 눈치만 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와 같은 혼란의 시기에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펼쳐 온 인천의 남북협력사업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
송 시장의 이 같은 파격 행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민감한 시기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단체는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했으며, 차후 대권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반면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송 시장의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 인천시, 남북화해협력 어떻게 진행됐나
시는 지난해 2월 중국 쿤밍(昆明)시에서 남북한 유소년 축구팀이 참가하는 ‘인천평화컵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5~7월에는 2억 원 규모의 말라리아 방역물품을 북한에 지원했으며, 굶주리고 있는 북의 영·유아를 위해 옥수수와 분유를 지원하기도 했다.

시의 남북화해협력사업은 10월에 절정에 달했다. 10·4남북정상선언 4주년 기념식과 국제학술회의를 인천에서 열면서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 등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핵심 인사의 참석을 이끌어 냈

   
 
다.

11월에는 중국 단둥(丹東)시에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한중 합작 축구화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제3국에서 국내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새로운 대북사업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 2012년 대북사업, 더 공격적으로 펼친다
시는 올 3월 완공 예정인 인천시 남구 숭의동 축구전용경기장 개막경기로 ‘평화친선 남북 축구대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회에서는 북한의 4·25축구단과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단이 친선경기를 치르겠다는 것.
남북 전문가 교류와 고려역사발굴사업 등도 지속적으로 이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북측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개성 만월대 지구와 강화군에 오롯이 남아 있는 강화고려역사문화 발굴사업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사업과 남과 북 주민의 건강권 강화를 위한 말라리아 방역 지원사업 역시 확대된다.
특히 시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에 맞춰 남북 단일팀 구성과 남북 분산 개최 등을 위한 북측과의 본격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김효은 인천시 남북교류협력팀장은 “송 시장이 최근 언론지 상을 통해 수없이 강조했듯 시의 대북사업은 더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남과 북의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만큼 뚝심있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남북화해협력의 조력자, ‘남북경제협력’서 희망을 엿보다
인천시의 남북화해협력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분야가 바로 남북경제협력사업이다.

이미 수십 개 인천 기업이 개성공단에 진출, 공장 가동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여러 인천 기업이 개성공단행에 몸을 실었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경색 국면에서도 유일하게 숨통이 끊기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시는 지난해 3월과 9월 연이어 남북경제협력에 힘을 실어 줄 ‘남북경제협력 인천아카데미’를 열기도 했다.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는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는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특수시책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강좌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일반 시민이 참석해 남북경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는 시와 인천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지난해 1기와 2기의 수료식을 진행했으며, 올해의 경우 봄과 가을 연이어 3학기와 4학기 강좌가 열린다.

   
 
국내외 남북경협의 주요 석학을 연사로 초청한 점은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가 갖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평화공존의 실현, 나아가 인천의 지리적 위치를 감안한 남북 화해협력기지로의 도약이란 기대에 기업인·시민단체·공무원 등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강의 역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할 만큼 분석적이고 현실감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용범 옌볜대 교수,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 백학순 세종연구원 수석위원, 고경빈 전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이찬호 국제변호사 등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활약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올 봄 진행되는 세 번째 강좌부터는 지난해 이뤄 놓은 경협 아카데미의 성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도록 좀 더 실체적이고 현장감있는 주제로 수강생을 맞게 된다.

신동호 인천시 남북관계특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작된 아카데미가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며 “앞으로도 남북경협 아카데미는 김정일 사후 세계의 급변하는 남북 관계 속에서도 남북화해협력의 전진기지 인천의 운명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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