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는 인천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띠인 임진년 설날 아침부터 근무에 나서는 인천교통공사 승무센터 소속 김기홍(41)기관사는 다들 꺼리는 설 근무에도 나름의 사명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1999년 인천지하철공사(인천교통공사 전신) 공채 1기로 입사, 13년간 인천지하철 역사(歷史)와 함께한 김 기관사는 계양역부터 국제업무지구역까지 왕복 58.8㎞, 하루 150㎞를 달리며 인천시민의 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그는 삼형제 가운데 장남이라 명절 때마다 고향 생각이 더욱 각별하다.

100여 명에 달하는 기관사들이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운행스케줄 탓에 명절을 꼬박꼬박 챙기기란 쉽지 않아 장남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늘 부모와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명절 때마다 사전에 휴가를 내 가족들과 잠깐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동료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수도권이 고향인 동료 기관사들의 배려 덕에 명절 전 휴가를 조정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올 설 연휴는 예년보다 다소 긴 5일이지만 설 당일에는 성묘객들과 귀성객들이 지하철로 몰려 평소보다 더 큰 혼잡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인천터미널역은 물론 경인전철과 환승하는 부평역, 공항철도와 환승하는 계양역 그리고 공원묘지가 자리한 부평삼거리역의 유동인구가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김 기관사의 손에는 땀이 맺힌다.

그는 “많은 시민이 타고 내리는 구간인 만큼 사전에 혼잡을 예고하는 안내방송이나 정차 후 출발 시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집중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설 연휴 근무는 밤늦게 도착하는 시민을 위해 1시간 가량의 연장 운행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다는 데다 연휴기간에는 구내식당과 주변 음식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그는 “명절근무가 피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만큼 사고 예방과 정시 운행을 위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을 건네기 위해 평소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늘 메모를 한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김 기관사가 올 설에는 어떤 인사말로 귀경길에 지친 시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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