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다가왔다. 설날이 되면 꿈에도 그리던 고향을 찾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수원소방서 119구조대 이상균(46)소방장.
그는 이번 설 연휴에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교통사고와 재난사고, 화재 등 긴급상황에 대비해 근무에 나선다.
지난 1992년 첫 소방공무원에 입문한 뒤 20년이 지났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은 그에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 소방장은 “명절 때면 부인과 아이들만 고향집을 찾고 있습니다. 벌써 20년간 이어져 온 명절근무인데도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봐요. 이번 설 명절에도 근무하는지 여쭤보시더라고요”라며 부모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소방장은 명절이면 동료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는 “저는 고향이 화성입니다. 그나마 거리상으로 가까워 명절 이후에도 언제든지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있죠. 하지만 고향이 먼 직원들이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큽니다”라며 동료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20년간 명절 때마다 근무를 한 이 소방장이지만 아직도 명절에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보면 아쉬운 마음뿐이다.

이 소방장은 “수년 전 명절에 의왕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을 보며 ‘공장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안타까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하면서요. 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가정불화로 인한 폭력신고도 평소보다 많습니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죠”라며 가족 간의 화목한 명절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소방장은 부인과 아들에 대해 “얼마 전 아내가 ‘처가에 잘하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매년 명절 때면 두 아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타고 고향을 찾는데,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처가를 방문하는 경우도 적다 보니 하소연을 한거죠”라며 “항상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고, 아들들도 항상 건강하길 바란답니다”라며 새해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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