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당신은 자식 안 키우나’, ‘학생인권 조례제정으로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들고 싶은가’, ‘당신 양심이 있는 사람인가’, ‘어디 그 잘난 얼굴 좀 보자’, ‘유죄 판결 받았으면 스스로 사퇴하라’, ‘더 이상 교육현장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교육감은 아무나 하나’.
후보자 매수혐의로 구속기소되어 133일 동안 구치소에 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1심판결에서 3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석방돼 교육청에 출근하자 교육청에 몰려든 시민들이 교육감실 앞에서 외친 구호 내용들이다.

이번에 3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취임식장에서 공금횡령 및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기준으로 금품관련자는 모두 파면 또는 해임시키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임 교육감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전달한 교장·교감 등 26명을 해임 또는 파면시켰다. 그뿐이 아니라 7만 원을 받은 교사까지 징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곽 교육감이 130만 명에 이르는 서울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진 수장으로 낡은 사회풍토에 대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교육자의 비리척결을 위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교육감 선거 때 함께 출마한 후보자를 사퇴하도록 하고 2억 원을 주어 후보직 매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되었다가 3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나왔다. 물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남아있고 본인은 혐의사실을 극구 부인한다고는 하나 1심판결로도 한마디로 사자성어에 나오는 말.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으로 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닌가 보여진다.

이번에 선고한 재판부는 곽 교육감의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범죄로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선거과정과 후에 금품요구를 일관되게 거절했고, 어려운 처지의 박 교수를 도와야한다는 도의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언제부터 돈 준 사람, 받은 사람 엄하게 처벌하던 선거법위반 판결이 이렇게 관대해졌나?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하는 거액 2억 원을 준 사람은 벌금형을 받고 그 돈을 받은 사람은 3년간 옥살이를 해야 하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배려심’이 넘치는 판결에 어안이 벙벙하다.

일반 뇌물사건과는 달리 선거에서의 후보매수 행위는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을 더 무겁게 처벌해 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돈을 받은 사람은 감옥에 있고 돈을 준 사람은 벌금형을 받고 나와 교육현장의 수장으로 되돌아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끝나지 않아 법적 자격은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교육자의 자격은 이미 상실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자치단체 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에 당선된 어느 후보는 선거 때 지역구내 가까운 지인들 10여 명과 점심을 먹고 점심값 15만 원을 냈다고 해서 의원직을 상실하는 판결이 내려져 결국 옷을 벗었다. 그런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방 후보에게 2억 원을 주고도 그 돈을 어려운 살림에 보태 쓰라고 줬다고 주장하는 ‘양심’이나, 그것을 옳다고 판결하는 판사를 보면 정말 이해 못하는 판결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전 일로 경상북도 김주만 교육감은 교육청 임시직원의 부정이 들어나자 부하직원을 관리 못한 책임을 느낀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또 어느 지방 교장은 전교조 소속 임시 여교사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문제로 교육청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들 두 사람은 책임감과 양심의 가책을 자살로 사죄했다.
곽 교육감은 ‘133일 동안 몸은 갇혀 있었지만 마음이 힘들지 않았고 심신을 잘 달련시켜 이 자리에 다시 돌아왔다’며 ‘새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자신을 쇄신했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한 평가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과 무관하게 현재를 뛰어넘어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도 남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곽 교육감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곽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누구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특정 지역 교육의 수장답게, 자숙하며 조용히 기다리는 게 순리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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