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수 편집부국장

 포스코건설(주)이 인천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 확신컨데, 포스코건설이 인천에 둥지를 틀게 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전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허허벌판이던 포항 영일만에 제철소를 건립할 당시 때처럼 그런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인천에 첫 발을 내디딘 지난 2002년, 영일만과 마찬가지로 황량하기만 했던 송도에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사와 손잡고 유한회사를 설립할 때 실무자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숱한 날을 보냈을 것이다,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지우고, 또 그리다 지우면서 말이다.
인천시민들 역시 기대가 컸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송도개발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무언가는 다른 차원의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이 일대에 대한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닌 새로운 모습의 도시가 만들어질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했다. 터파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형태의 건물이 한층한층 올라갈 때마다 시민들의 기대도 그만큼씩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천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화살은 송도국제도시유한회사(NSIC, 게일과 포스코건설 합작회사)에게 돌아갔다. 이 일대 부지를 조성원가 수준의 싼 가격으로 사들인 이들이 기존 구도심권 아파트 가격보다 많게는 3배 이상으로 분양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올려 놓았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이들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중앙공원이나 동북아시아트레이드타워, 컨벤시아 등을 짓고 시에 기부채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최고급 자재와 최신형 설계가 곁들어지면서 그 정도 수준의 분양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상황은 그런데도 송도지역의 아파트 청약률은 인천시 역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금융권 대출을 받아서라도 서둘러 송도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 꿈이었다. 포스코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그만큼 쾌적한 생활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나오면서 높은 가격에, 그것도 금융권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이 꿈이 악몽으로 변했다. 아파트 가격은 주저앉고 금융비용은 하루 지나면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손절매를 통해서라도 아파트를 시장에 내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선뜻 사려는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악순환의 터널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숨섞인 원성이 곳곳에서 들려오곤 한다.

그렇다고 송도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는가.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송도국제도시를 “한국경제를 무너뜨리는 지뢰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말만 듣고 한탄만 해야 하는가. 상황이 극한으로 달할 시점에 포스코건설은 서울 사옥을 인천으로 옮겼다. 진검승부를 위한 의지인 것이다. 이후 삼성은 송도에 2조1천억 원을 들여 바이오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결정한 데 이어 이랜드그룹과 롯데. 동아제약, 시스코, 3M 등도 송도에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거둬낸 쾌거인 것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송영길 인천시장의 송도개발에 대한 의지와 포스코건설의 소명의식이 선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을 걷다 넘어졌다고 주저 앉아 울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작고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생전 모 언론과 가졌던 인터뷰 한 구절이 생각난다. “송도야 말로 한국의 성장동력이자 미래다. 송도의 그 불을 끄지 마라”는 말이 그것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수주실적 1위를 기록한 포스코건설로 인한 인천발전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포스코건설이 거둬들이는 개발이익이 인천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도 확신하고 송도의 개발을 지켜보자. 송도의 발전은 분명 인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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