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얼마 전 전직 구청장과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가 지금 3조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물론 농담인 줄 알면서도 ‘이 친구 외국 드나들면서 혹시 떼돈 벌어온 것 아닌가’해서 끝까지 들어봤다. 그가 말하는 3조 원의 재산내역은 이렇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오래전 작고하신 우리나라 재벌 고 이병철 회장께서 작고하실 당시 재산이 3조 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건강이 악화되자 전 재산 3조 원을 줘서라도 30대의 건강을 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내놓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60세 연령대를 살고 있지만 30대의 건강을 가지고 있으니 3조 원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라는 것이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만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맞는 말인 듯 싶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하나 죽으면 그만인데. 그래서 돈이 없어도 건강하면 그것이 재산이라는 말로 가난한 사람들이 위안을 삼는가 보다.

나이 드신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 세대는 못 먹고 헐벗었으며 여유 없어 문화생활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러나 그때는 정신적인 법도와 가치가 사회와 가정에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마음은 넉넉하게 살아왔다. 지금처럼 서로 헐뜯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회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돈에 대한 욕심, 물질에 대한 욕심, 감투 욕심 등 헤아릴 수 없는 욕심 때문에 어쩌다 상부상조하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오직 나 또는 내 집과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가득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돈의 효용에 대해 흥미롭게 분석한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는 중산층을 기준으로 볼 때 돈이 사람에게 최대효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액수가 20억 원 정도가 상한선이고 그 액수가 넘어가면 돈 때문에 슬슬 골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설과 기준에서 이러한 수치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이라는 것이 무한정 많을수록 좋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데는 공감이 간다. 돈 때문에 부모형제를 살인하는 사회가 되었고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그리고 역대 대통령까지 떳떳하지 못한 돈 때문에 감옥을 다녀오는 불행한 과거를 보면 어쨌든 돈이 복이 아니라 화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권력자나 정치인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주장하며 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개인 또는 계층을 막론하고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생각은 같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생각을 바꿔보자. 돈에 대한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현재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무엇인가 이뤄보겠다는 희망과 꿈을 가져보자. 돈 없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 전 재산을 모두 잃어버려도 살아갈 수 있지만 희망과 건강을 잃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새겨듣자. 전해내려 오는 말에 누구나 태어날 때 자기가 먹을 양식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옛날 어른들은 자식을 많이 낳아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지만 지금처럼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어느 시대이든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겠지만 이런 벽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못된 짓을 다하면서 가면을 뒤집어쓰고 화합을 하자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문제도 보통문제가 아니다. 세상은 변하고 시대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인간의 이기적 욕심은 변하지 않고 벽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빈부의 벽, 학벌의 벽, 노사의 벽, 지역감정의 벽, 정파의 벽, 이데올로기 벽 등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갈등과 싸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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