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국제스포츠 마케팅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인천시는 지난 2월과 4월 모두 두차례에 걸쳐 인천 그랑프리 국제펜싱대회와 2003 코리아 오픈 국제배드민턴대회를 개최했지만 두 대회 모두 협회 차원에서 이뤄졌을 뿐 그동안 국제대회 하나 제대로 유치하지 못해 스포츠 분야에 대해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하위권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수천억원을 들여 그럴듯한 종합운동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프로축구단 하나 없는 곳이 인천이다.

인구수와 면적을 따지면 전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 규모를 자랑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는 단연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과 관세자유지역 지정, 송도신도시 개발, 청라지구 개발, 인천국제공항 2단계 사업 등 대형사업들이 추진되는 곳도 인천이다. 그러나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서는 인천이 경기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물론, 시민들의 소극적인 참여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다. 이번 제8회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건도 그냥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성급한 국제대회 유치정책과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덤빈 꼴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를테면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한다는 식의 발상이라면 처음부터 아예 유치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제반여건도 준비되지 않은 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해가면서 얻은 것은 국제적인 망신 뿐이다. 인천시의 국제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2005년 코리아오픈 국제유도대회와 2007년 아시아육상 선수권대회, 2011년 세계육상대회 등의 개최도 잘 치러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시가 추진해온 사안들로 볼 때 이들 대회 역시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서다.

우리는 인천시가 구상중인 각종 국제대회의 유치를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국제대회를 통해 얻어지는 각종 수익사업도 만만치 않지만 인천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은 물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협조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시가 요즘 보여주는 스포츠 마케팅 능력은 시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시는 더 늦기 전에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실무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수영대회 유치 실패를 거울삼아 무리한 세계대회를 유치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전시행정에서 빨리 탈피해 시민들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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