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 위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일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의 몫일 것이다. 가정은 삶의 출발 지점이자 종착지라고들 말한다. 가정은 우리가 속한 그 어떤 조직보다 중요한 필연적인 공동체이다. 가정을 제대로 꾸릴 때만 가정 밖에서의 모든 삶이 가능해진다는 말을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가면서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능력을 상실하다 보니 소외감에 따른 고독으로 육체적인 노쇠만큼 점점 사회 속에서 노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가정이란 공동체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깃들고 우정이 손님이 되는 집은 행복한 가정이다. 가정과 가족을 일깨우는 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때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가 늙어 자식으로부터 효도받기를 원하면 내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줘 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는 고사하고 부모를 폭행하고 늙은이와 함께 살기 싫다고 외국에 데리고 나가 버리는 것도 모자라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극에 달하고 있는 병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많은 노인들이 자식들과 함께 살기보다는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으로 가서 살고 싶어 하겠는가?
경찰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아들 3형제를 낳고 남편이 죽자 혼자 몸으로 갖은 고생 다 해가며 자식들 3형제를 잘 키워 모두 장가들여 잘 살도록 해주었지만 서로 모시지 않겠다고 형제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 꼴이 보기 싫어 집을 나와 노숙자가 된 80세 어느 노인의 얘기다. 주민들의 신고로 80세 어머니를 학대한 자식들이 경찰에 잡혀왔으나 80세 어머니는 혹시 자식들이 처벌될까 걱정되어 “우리 자식들은 나를 학대한 일도 없고 너무 훌륭한 효자들이다.” “내가 정신이 혼미해 길을 잃어 노숙자가 된 것”이라며 자식들을 감싸주기 위한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훌륭한 부모를 학대하며 거리로 내몬 비정한 불효자식들이 어찌 이사람들 뿐이겠는가. 남들로부터 불효자식 소리 듣지 않으려고 부모를 양로원에 보내놓고 죽을 때까지 부모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도 있다.

왜 자식들이 나이 많은 노인들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부모 자식 간에 왜 대화가 잘 되지 않을까? 물론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여 젊은이의 말을 들어봤다. 그가 하는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고, 기억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쓸데없는 이야기를 자꾸 반복하는 잔소리가 심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들은 대개 군대생활 이야기 아니면 못 살 때 돈 번 이야기 그리고 보릿고개 이야기를 신이 나서 많이 한다. 이 같은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 자식들은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냄새 난다고 멀리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묵살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외면하고, 그러다 보면 싫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자. 젊은 사람 역시 자신도 언젠가는 나이든다는 것을 인정하면 노인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 답답해 보이고 말이 많은 노인의 모습은 미래 자신의 모습이다 라고 생각해 봐라. 그러면 정답이 나올 것이다. 효도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복지법도 좋고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노인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인들의 잔소리는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 자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하는구나 하고 들어줘봐라. 나이 많은 부모를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자문을 구하면 무한한 지혜를 공급받을 수 있다. 노인을 편안하게 해주는 태도를 삶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노력하면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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