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족이란 어떤 모습일까? 권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친구처럼 다정한 아버지, 자상한 어머니와 공부 잘하고 건강한 아이들이 있는 모습은 TV에서 자주 그리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더불어 좀 더 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근심·걱정이 없이 무난하게 살고 있다면 ‘행복하다’ 말해도 괜찮을 듯싶다. 그렇다면 이런 가족의 조합은 어떨까? 난쟁이에 꼽추 아버지는 유흥업소 호객꾼으로 일하다 최근엔 시골 장터를 떠돌며 각설이로 살아가고 있고, 어머니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삼촌이라는 사람은 지능이 떨어지는 바보다. 이 모두를 가족으로 둔 고등학생 완득이는 주먹질이나 일삼는 가난한 불량학생이다. 어찌 보면 최악의 구성원으로 보이는 완득이 네 가족. 그러나 이 가족은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주고 웃음이 돼 준다.
열여덟 완득이 인생 최고의 걸림돌은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 ‘똥주’다. 완득이에게 선생님은 원수 같은 존재다. 입에서 나오는 말의 반은 욕이고 반은 막말이며, 친구들 앞에서 완득이네 가족사를 서슴없이 풀어놓아 당혹스럽게 만들기는 예사다. 그뿐인가? 고등학생인 완득이에게 소주를 권하기도 한다. 서울 하늘 아래 옥탑방이 완득이네 앞집만은 아닐 텐데 떡하니 앞집으로 이사 온 선생님은 밤낮없이 완득이를 찾으며 그를 괴롭게 한다. 그러나 담임선생님 ‘똥주’의 악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껏 궁금하지 않았던, 좀 더 솔직히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완득이에게 불쑥 꺼내놓는다. 완득이는 자신의 엄마가 가난 때문에 국제결혼을 선택한 필리핀 여성이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어머니의 존재만으로 충격인데 자신이 혼혈아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 완득이는 기가 막혀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그러나 완득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똥주’ 선생님은 완득이 엄마에게 아들의 주소를 알려 주고 이들을 만나게 한다. 담임선생님 때문에 억지로, 혹은 담임선생님 덕분에 엄마를 만나게 된 완득이. 엄마와 함께있는다는 것, ‘엄마’라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긴 했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좋다’고 완득이는 생각하는 듯했다. 목표도 없고 목적도 없이 살아가던 완득이의 삶에는 늘 소극적인 분노만이 서려 있었다. 비록 먼저 시비를 걸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면 상대를 향해 무참히 주먹을 휘두르던 완득이.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들과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가족의 가치, 삶의 가치를 깨달아 간다.
영화 ‘완득이’는 베스트셀러인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불편한 학교교육 및 사제관계, 가난, 장애,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결손 가정 등의 사회문제들을 다양하게 짚으면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매력은 현실 속 어디에선가 불쑥 튀어나온 듯 생생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과 김윤석의 멋진 앙상블로 그 매력을 더한다. 하나로 화합하기엔 각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까칠한 사람들. 그러나 막상 그 내면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의 화합을 그린 작품 ‘완득이’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결말을 그린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그것을 담아낸 모습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진한 사람냄새가 배어나오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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