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머리카락까지도 움직여 연기하고 싶다’고 소망하는 노(老)배우, 한국 연극의 산증인이자 인천 출신의 배우 박정자(70)씨가 13일 오전 ‘제315회 새얼아침대화’의 강연자로 섰다.

대학시절인 1962년, ‘페드라’의 시녀 역으로 시작된 그녀의 연극인생은 ‘따라지의 향연’, ‘파우스트, ‘위기의 여자’, ‘신의 아그네스’, ‘19 그리고 80’ 등 140여 편의 연극 출연으로 이어졌으며 올해로 꼭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박 씨는 이날 그녀를 동향인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인천시민들 앞에서 자신의 지난 세월을 달뜬 목소리로 풀어놓았다. 그는 “나는 소래 출신의 인천사람임을 항상 자랑스레 얘기하는 사람”이라며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뛰는 아름다운 포구 ‘소래’에서 나고 자란 내 유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추억에 잠겼다.

이어 박 씨는 자신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히는 연극 ‘위기의 여자(1986)’를 비롯해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1991)’, ‘신의 아그네스(2007)’와 관련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특히 위기의 여자는 특출난 외모가 아닌데다 저음의 목소리로 인해 30대부터 주로 노역을 맡았던 그가 연출가에게 자청해 주인공을 맡게 된 연극이라고. 그는 이 작품으로 동아연극상·백상연극대상·극평가그룹상 등을 거머쥐며 세상에 다시금 ‘연극배우 박정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박 씨는 “여전히 나는 배우에게는 아플 권리, 슬플 권리, 외로울 권리도 없다는 말을 종종 되뇌인다”며 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연기가 완벽하고 희곡 또한 좋다 하더라도 관객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건 실패한 연극이나 다름없다”는 자신의 연극지론을 전했다.

여기에 최근 무대에 올리고 있는 ‘19 그리고 80’을 꺼내놓으면서는 “인생에 있어 80은 아주 완벽한 나이, 주인공처럼 나도 80의 나이에도 지혜롭고 싶다”며 “‘할 줄 아는 것이 연극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있지만 모든 것이 허락하는 한 무대에 설 것”이라는 앞으로의 계획도 덧붙였다.

새얼아침대화 참석자의 요청에 따라 강연의 마지막을 마치 연극의 한 장면과 같은 ‘정선아리랑’으로 수놓은 그녀는 청중석을 가득 메운 400여 명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은 “배우 박정자는 소래에서 나고 박문유치원·박문국민학교를 다닌 인천사람”이라며 “지역이 배출한 인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인천의 넋과 공동체를 키워 나가는 일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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