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식/시인·전 인천문협 회장

오늘 네 바람은 우리를 깨우기 위해 새벽을 연다.

어느 풀밭을 밟고 온 듯 네 목소리는 푸르고

밤새 체제도 울타리도 편견도 숨차게 뛰어넘어 와

우리의 잠을 소리쳐 깨우니

그 싱싱하게 잠깬 7천의 날들

타협과 허위의 일상을 거부하고

오직 아침을 향해 저항하듯 펄럭거리던 네 마음이었구나. 

때론 매운 채찍처럼

안일과 무사를 후려치면서

포효하는 네 바람의 목소리로 새벽 창문을 흔들면서

때론 담소하듯

희망과 미래를 배달해 오면서

휘파람 섞인 네 노랫소리로 아침 식탁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또다시

갈기 휘날리며 달리는 이 넓은 고원은

온통 광활한 자유뿐이다.

간밤 외롭고 쓰라렸던 이슬방울들의 함성이 모여 여는 

눈부신 햇빛의 충동뿐이다.

이제 자리에서 눈뜨고 듣는 수탉울음소리여

웅장하고 더욱 싱그러운 목소리여

너는 또 다른 7천 날을

이 새벽바람 속의 차가운 습관으로 우리를 깨우라.

너는 단순한 한 발음이 아니라

푸른 풀밭을 밟고 오는 숨찬 목소리로

체제도 편견도 건너뛰고

안일과 나태도 단호히 거부하면서

태양의 아침을 향해 눈뜬 새처럼 끝없이 펄럭거리라.
 
희망과 미래만이 너의 운명인, 그리하여 오늘 네 바람은

우리를 깨우기 위해 또 한 번 새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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