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군단이 14년 전 박세리(35·KDB금융그룹)의 ‘맨발 투혼’이 빛났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영광 재현을 노린다.

 5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로 개막하는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이 그 무대다.

 제67회가 되는 올해 대회 장소는 1998년 박세리가 한국여자골프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던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 블랙울프런 골프장의 챔피언십 코스(파72)여서 한국 골프팬들의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의 대결에서 워터 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불사르며 연장 18번째 홀까지 동타를 만들었다.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다시 서든데스 연장전을 치르게 된 박세리는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승리를 거두고 메이저 챔피언 자리에 올라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박세리가 물꼬를 튼 뒤 US여자오픈은 유난히 한국여자선수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박세리 이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에 이어 유소연이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 선수들이 독무대를 이뤘다.

 이번 시즌에는 유선영(26·정관장)만이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다소 침체한 분위기지만 US여자오픈에서 만큼은 기필코 우승컵을 가져오겠다는 한국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다.

 특히 2008년 우승자 박인비(24)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박인비는 4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미국 무대에서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박인비는 2주 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연장전까지 갔다가 준우승에 그쳤고 2일 끝난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LPGA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9위를 차지해 3개 대회 연속 톱10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서희경(26·하이트)도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서희경은 작년 대회 때 유소연(21·한화)과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고 매뉴라이프 대회 때도 연장전까지 갔다가 브리타니 랭(미국)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이 때문에 서희경은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연장전 징크스’를 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우승자 유소연과 나비스코 챔피언 유선영, 한국의 에이스 최나연(25·SK텔레콤)이 가세해 여섯 번째 한국인 우승 타이틀을 노린다.

 ‘지존’ 신지애(24·미래에셋)는 손가락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다.

 한국 선수들이 맞서야 할 가장 강력한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청야니(타이완)다.

 통산 다섯 차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청야니는 US여자오픈에서는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2008년부터 US여자오픈에 출전한 그는 2010년 대회에서 공동 10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시즌 초반에 3승을 거둔 청야니는 최근 3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 이번 US여자오픈에서는 어떤 샷을 보여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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