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최나연(25·SK텔레콤)이 14년 전 박세리(35·KDB금융그룹)가 섰던 챔피언의 자리에 다시 올랐다.

 최나연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6천954야드)에서 열린 제67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는 치명적인 실수를 만회하고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최나연은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양희영(23·KB금융그룹·3언더파 285타)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58만5천 달러(약 6억6천500만 원)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유소연(21·한화)에 이어 최나연이 2년 연속 우승하면서 역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 챔피언은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를 포함,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특히 박세리를 롤모델로 삼아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은 14년 전 박세리가 ‘맨발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한 같은 코스에서 메이저 대회 첫 승을 이루며 정상에 올라 기쁨이 더욱 컸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3개 메이저 대회 중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유선영 우승)과 US여자오픈 등 2개 대회의 우승컵을 가져왔다.

 작년에 유소연과 서희경(26·하이트)이 연장 접전을 펼친 데 이어 올해 대회도 최나연, 양희영 한국 선수들끼리 우승 경쟁을 벌였다.

 양희영에 6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최나연은 1번홀(파4) 보기를 4번홀(파4) 버디로 만회, 타수를 잃지 않고 전반을 마쳤다.

 양희영과의 격차도 6타로 유지해 최나연의 우승은 순탄할 것 같았지만 10번홀(파5)에서 큰 위기가 닥쳤다. 티샷이 왼쪽 숲 속 해저드로 날아가 경기 진행 요원들이 숲 속을 뒤졌지만 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최나연은 티박스로 돌아가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을 날렸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찾아온 위기였기에 그의 샷은 크게 흔들렸다.

 러프를 전전하다 6타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최나연은 2m짜리 더블보기 퍼트마저 놓쳐 이 홀에서 3타를 잃어 버렸다. 양희영과의 격차가 순식간에 2타로 좁혀졌고 쉽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미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린 최나연은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타수를 줄여 나갔다.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2번홀(파4)에서는 깊은 러프에서 빠져나와 5m 거리에서 천금 같은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13번홀(파3)에서는 워터 해저드로 날아가던 티샷이 경계석을 맞고 코스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최나연은 16번홀(파5)에서도 4.5m짜리 버디 퍼트를 넣어 양희영과의 격차를 5타로 벌렸다.

 18번홀(파4)에 오른 최나연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이 짧아 보기를 했지만 우승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최나연은 우승 퍼트를 한 뒤 선배 박세리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서 샴페인세례로 축하를 받았다.

 최나연은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14년 전 이곳에서 우승하는 박세리를 보고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박세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0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한 데 대해 최나연은 “잊어 버리려고 노력했고 11번홀 버디, 12번홀 파 세이브를 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박세리는 마지막 날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4오버파 292타로 2008년 우승자 박인비(24)와 함께 공동 9위를 차지했다.

 2타를 줄인 이일희(24)는 2오버파 290타로 공동 4위에 올라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톱5 안에 드는 선전을 펼쳤다.

 작년 대회 우승자 유소연은 공동 14위(5오버파 293타), 준우승자 서희경은 공동 18위(6오버파 294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타이완)는 공동 50위(14오버파 302타)에 그쳐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내년으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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