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양궁 지도자 중에 가장 성공한 인물로는 이기식(55) 미국 대표팀 감독이 꼽힌다.

이 감독은 현재 미국 선수들의 선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양궁 발전을 돕기 위한 끈을 결코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24일 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미국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면서 포부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 중고등학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내 일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의 양궁 이론을 최고 선수의 잠재력을 지닌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만들어낸 것들을 한국에 모두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해외 지도자들이 한국식 지도법만으로는 롱런하지 못한다"며 "한국식 지도법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에 자신의 선수 육성 기술을 집대성한 양궁 이론서 '토털 아처리' 시리즈를 출간했다.

이 서적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8개국어로 번역됐다.

이탈리아 등에서는 현재 이 책이 엘리트 선수 훈련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 대표 선수들은 온몸의 힘을 고루 활용해 활을 쏴야 한다는 이 감독의 지론에 따라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서너 배나 무거운 활을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매우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고민해 더 나아질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미국양궁협회와 체육 당국은 양궁 이론을 완벽하게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감독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양궁장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곧 착공된다.

그는 "70m 경기를 할 수 있는 인도어 양궁장"이라며 "규모가 최대일 뿐만 아니라 미국체육의 최첨단 과학 시스템도 함께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국 사령탑을 그만두려는 생각도 있었으나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최근에 2016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을 이끌다가 호주로 건너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조련해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현재 국제양궁연맹(FITA) 개인랭킹 1위인 브래디 엘리슨과 단체랭킹 1위인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그는 이번 올림픽 전망을 묻자 "한국이 강국이고 세계 실력도 평준화돼 결코 쉬운 무대가 아니다"라며 "항상 목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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