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남북한 선수들이 연습장에서 만나도 예전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북한은 여자축구와 역도, 레슬링, 유도, 사격, 양궁, 복싱, 수영, 탁구, 육상 등 10개 종목에 선수 56명을 파견했다.

이 가운데 북한 여자축구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느라 한국 선수를 만날 일이 없고 레슬링과 육상 역시 대회 후반부에 경기가 있어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다.

역도와 사격, 양궁 정도가 훈련장에서 남북 선수단의 만남이 이뤄진 종목들이다.

그러나 한결같이 서로 가벼운 눈인사만 주고받고는 훈련에만 열중하는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

역도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 21일 훈련 일정이 맞아 바로 옆 플랫폼에서 훈련했지만 서로 나눈 대화는 없었다. 인사말만 건넨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격 역시 마찬가지다. 훈련장인 왕립 포병대 사격장에서 수시로 마주치고 있지만 가볍게 목례와 눈인사만 교환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만났던 사격 선수들은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를 만큼 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사격의 경기력이 저하된 탓에 이번 대회에 여자 권총의 조영숙 한 명만 출전했다.

선수단 규모가 대폭 준데다 감독마저 젊은 세대로 교체돼 한국 코칭스태프와의 친밀감마저 떨어지고 있다.

변경수 대표팀 감독은 "북한 리영남 감독도 최근 몇 번 국제대회에서 만났지만 서길산 감독이나 김정수처럼 친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궁은 북한 대표 권은실이 그동안 국제 대회에 자주 나왔던 선수라 한국 선수단과 낯이 익은 편이다.

그래도 양궁 대표팀 관계자는 "특별한 교류는 없는 편이다. 우리 대표팀이나 다른 나라 선수들은 양궁장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권은실은 양궁장과 70분 거리인 선수촌을 왔다갔다해서 그런지 지쳐 보이더라"고 전했다.

남북한 선수 사이의 이 같은 분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당시에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이 이뤄졌고 탁구는 개막에 앞서 합동훈련까지 했다.

또 한국의 이원희, 북한의 계순희 등 남북 유도 선수들은 식당에서 한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시만 해도 남북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4년 뒤 베이징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일팀은커녕 개회식 공동 입장마저 무산되면서 남북한 선수들의 관계가 경색되더니 이번 대회에서는 교류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이번 대회 탁구 연습장에서는 북한 선수단이 취재하는 한국 기자단을 향해 거친 반응을 보이는 등 8년 전의 훈훈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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