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훈련 캠프인 영국 런던의 브루넬대학교에 마련된 복싱 훈련장에는 회색 눈의 50대 외국인 코치가 눈에 띄었다.

한국 복싱의 영광 재현에 힘을 보태겠다며 발벗고 나선 그는 바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쿠즈카로브 마스(55) 대표팀 코치.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에 그는 올해 2월부터 가족들과의 이별도 마다하지 않고 한국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선수 때는 국내 챔피언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지만, 지도자로서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1994년부터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의 감독직을 맡은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5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하는 등 우즈베키스탄을 '복싱 강국'으로 키워냈다.

지도력을 인정받으면서 2003∼2004년, 2009∼2010년 두 차례 대만 복싱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도 2004년부터 3년간 마스 코치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마스 코치는 아직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다.

상대 선수와 리치(공격 거리) 싸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는 '거리'라는 한국어를 섞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지시는 영어로 했다.

하지만 특유의 열정이 있기에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였다.

선수들이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들자 취재진에게 통역을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마스 코치가 머나먼 타향에서 샌드백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복싱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4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는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은 소감을 묻자 "한국 선수들은 강하고 현명하다. 특히나 신종훈과 같이 뛰어난 선수를 가르치게 돼 무척이나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신종훈은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며 "훈련이 힘들어도 항상 웃는다. 러닝 훈련을 할 때면 선두에서 달리는 선수는 언제나 신종훈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신종훈이 출전하는 라이트플라이급(49㎏ 미만)에는 러시아, 중국, 태국, 몽골, 프랑스 선수의 실력이 막강하다. 신종훈이 메달을 따낼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매 시합이 중요하다. 모든 시합이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배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은 마스 코치에 대해 "지도자로서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며 "또한 워낙 큰 대회 경험이 많아서 그분의 노하우가 대표팀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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