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정점에 오른 7월 말, 한 달여를 앞둔 축제 준비로 오가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인천 민간 축제의 효시인 ‘인천 국제클라운마임축제’. 올해로 17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인천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아트 축제이기도 하다.
올해는 첫선을 보이는 브라질 마임연기자의 공연부터 아르헨티나·이스라엘·독일·영국·멕시코 등지에서 날아온 공연자들이 오는 9월 11일부터 8일간 마임·클라운마임·넌버벌(nonverbal)퍼포먼스를 펼쳐놓는다.
세상에 대한 풍자를 ‘비언어 퍼포먼스-놀이형식’으로 풀어놓는 덕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관객 모두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쾌한 공연들, 공연장소도 기존의 작은극장 돌체·인천도호부청사 야외무대를 포함해 부평아트센터로까지 지평을 넓혔다.
부단한 준비가 한창인 25일, 클라운마임협의회 공동대표 박상숙 씨는 “하나같이 평소에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장르의 공연들”이라며 “예년처럼 관객 모두가 국가별 공연문화의 다양성에 흠뻑 빠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운을 뗐다.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17년간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지켜온 그이지만 올해 공연은 그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인천 연극문화의 자존심인 ‘돌체 소극장’에서 나고 자란 그의 딸 최은비(28·클라운마임 연기자)의 결혼식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돌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세계의 광대문화와 함께 자라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모습을 보이
   
 
는 ‘축제 속의 축제’”라며 “은비의 결혼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한 쌍의 결혼식을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난 수년간 그랬듯 세계 각지의 마임 연기자들은 이번에도 노 개런티로 머나먼 한국, 인천을 찾는다. 지난 17년간 쌓아 온 민간 국제교류의 저력을 보여 주는 일례로 이제는 앞다퉈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는 입장이다.
반면 여전히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연기자들을 노 개런티로 세운다고 해도 일주일이 넘는 축제를 운영하려면 민간단체, 그것도 문화단체가 홀로 부담하기 힘들 정도의 예산이 수반된다.
우려와 달리 박 대표의 대답은 시원하기만 하다. 그는 “최근 2년여간 돌체 위탁 논란을 겪으면서 찬찬히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고, 물질을 앞서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언제나 어려웠지만 열정이 먼저였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꿈은 단순한 축제 개최에 그치지 않는다. 박 대표는 “공연문화를 알려야겠다고 시작한 축제가 두 번째부터는 그 자체로 즐거웠고 이후로는 관객들의 만족만큼 보람도 커졌다”며 “이제는 마니아층도 형성됐을 뿐더러 우리의 공연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 온다면 굉장한 저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지역축제로 확대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며 “문학동에 위치한 국제학교·문학시어터·도서관·학교·돌체·도호부청사·전수관 모두가 같은 기간에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진정한 ‘동네 축제’를 꿈꾸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돌체는 앞서 지난 3월 동 주민센터의 전통고전무용팀과 캐나다 마임 연기자가 한 무대에 서는 합동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으로 ‘동네 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박 대표는 “축제가 끝나면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다시 다음 축제를 준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며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공연을 관객들이 오롯이 즐기고 돌체라는 작은 공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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