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에서 처음 리더보드를 보고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6일(현지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N캐나다오픈에서 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15세 소녀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는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반기면서도 내내 차분한 어조를 잃지 않았다.

 그는 리더보드를 쳐다본 것은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며 경험을 쌓는 것이 대회 참가 목표였던 만큼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과 달리 이날 필드에서 그는 내내 매서웠다. 전 경기를 통틀어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현지 캐디 브라이언 알렉산더(63)는 경기 직후 “놀랄 만큼 성숙하고 터프한 선수”라고 평했다.

 4라운드 때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스테이시 루이스는 “리디아의 경기에 빠져들었다”고 감탄했고, 박인비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소지섭의 열렬 팬으로 알려진 리디아 고는 다음 일정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소지섭을 만날 것”이라고 말하며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16개월이나 차이가 나는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소감은.
 ▶멋진 일이다. 지난 1월 뉴질랜드 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지만 오늘 또 하나의 신기록을 작성하고 역사를 써 기쁘다. 프로 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신나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우승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전혀 아니다. 지난번에 우승한 뉴질랜드 대회는 유럽 투어였고, 이번 대회는 전혀 다른 대회로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 프로로 활동하고 싶은 곳이 LPGA투어이기 때문에 오늘 우승은 값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이름을 올리겠다는 연락이 왔다. 15세 소녀로 기분이 어떤지.
 ▶역사에 남는 것은 우승하는 것과는 또 다른 멋진 일이다. 내가 역사의 전당에 기록돼 남겨진다니 믿기지 않는다.

 -무슨 물건을 기증할 것인지.
 ▶스릭슨 제품의 장갑을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계획은.
 ▶남은 2년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미셸 위처럼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 당장 프로로 나설 생각은 없다.

 -후반 9개 홀 경기가 좋았는데.
 ▶첫날 2개의 연속 버디를, 둘째 날은 3개를 잡았는데 오늘은 4개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10번홀(파5·515야드)에서 드라이버가 잘 맞았고, 2온에도 성공했다. 이어 경기는 모두 순조로웠다.

 리디아 고는 이날처럼 많은 수의 갤러리를 겪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go) 키위(뉴질랜드 특산품)”, “고 리디아”를 외쳐줘 많은 힘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들의 환호가 그에게는 더 반가웠다.

 리디아 고는 다음 날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고 배우 소지섭과의 해후 계획을 전하면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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